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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우리 삶은 왜 부유하는가

■리추얼의 종말

한병철 지음, 김영사 펴냄





현재 사회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단호한 비판을 꾸준히 해온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신작이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급변과 혼란 속에 방향 감각을 상실한 현대인들이 새로운 목적지를 찾는 데 도움이 될 키워드로 ‘리추얼(ritual)’을 꺼낸다. 리추얼을 우리 말로 치환한다면 의례, 의전, 전례, 의식, 축제, 잔치 등이 이에 해당 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단편적 어휘보다는 ‘삶을 더 높은 무언가에 맞추고 그럼으로써 의미와 방향을 제공하는 상징적 힘’이라고 정의한다. 다시 말해 오늘 날 정처 없는 삶을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닻과 같은 구실을 하는 게 리추얼이다. 일정한 형식과 규칙에 몰두함으로써 자아를 탈내면화하고, 타자와 주변 사물, 세계와 관계 맺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게 리추얼이다. 이런 리추얼이 오늘날 사라졌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이유는 뭘까. 신자유주의 세상에서는 생산과 소비가 끊임 없이 강제된다. 디지털의 발전은 소통의 끈을 약화시킨다. 공동체를 굳건하게 만들던 공동의 느낌은 점점 먼지처럼 가벼워져 부유한다. 리추얼이 현재보다 단단했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건 아니다. 과거 우리를 지탱했던 리추얼의 부재를 인식하면 새로운 지향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시인을 닮은 철학자의 현대 사회 고찰은 솔직히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은 아니다. 하지만 역자 전대호의 조언대로 시를 읊듯 여러 번 읽다 보면 철학자의 호흡에 천천히 속도를 맞춰 나갈 수 있다.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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