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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다양성 외면한 자사고 폐지…"빈대 잡으려 초가 태우는 격"

[시험대 오른 교육 평준화 정책]

<중> 평준화가 부른 학력저하-한만위 민족사관고등학교장 인터뷰

자율-평등 균형잡힌 정책 필요한데

자사고 순기능 무시…전면폐지 일관

설립취지 어긋난 곳만 핀셋규제해야

他 일반고 폐쇄 등 풍선효과 우려도

한만위 민족사관고등학교장.




한만위 민족사관고등학교장.


“자율형사립고 일괄 폐지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 입니다. 자사고는 분명 다양한 인재 양성에 대한 순기능이 있습니다. 설립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는 자사고에 대해서는 재지정 평가에서 다루고 개선하면 되는데, 이를 전면 폐지로 해결하면 교육 다양성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한만위(사진)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은 2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사고의 설립 취지 역시 다양성과 수월성 교육에 있었던 만큼, 자사고를 운영하되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학교에 대해 재지정 등 핀셋 규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민사고 등 자사고의 일괄 폐지로 인재 교육 노하우를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따라 민사고는 오는 2025년 일반고교 전환을 앞두고 있다. 지난 1996년 최명재 전 파스퇴르유업 회장이 사재 약 1,000억 원을 들여 설립한 민사고는 개교 이래 엘리트 교육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민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하게 되면 현재 민사고가 지향하는 ‘창의 융·복합 인재’ 육성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욱이 민사고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고교학점제(대학처럼 학점을 이수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제도), 교과교실제(학생들이 전용 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듣는 제도)를 이미 실행하고 있다. 민사고의 경우 고교 교육과정에 이미 새로운 로드맵을 적용한 학교인 만큼 교육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교장은 교육정책을 평등과 자율이라는 저울의 균형점 찾기에 비유했다. 그는 “평등과 자유는 끊임없이 갈등하고 경쟁하면서 상생하는 저울 같은 것”이라며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서부터 자사고로 대변되는 자율성을 ‘나쁜 것’으로 매도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고 했다.

민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아이러니하게도 강원도 내 일반고 3~4개가 문을 닫는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강원도 고등학생 인원은 한정된 상황에서 민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하면 그 정원에 해당하는 일반고 충원에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당연히 뜻있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데 민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해 강원도 횡성군의 한 고등학교로 남는 게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라고 반문했다.

민사고 교과과정의 핵심은 다양성에 있다. 민사고는 미래를 이끌 인재를 육성한다는 건학 이념 아래 재학생 5명이 동의하면 새로운 수업을 개설할 수 있다. 현재 약 200개 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천문학, 임진왜란의 이해, 융합 독서법·상상력·프로젝트 수업은 민사고여서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민사고는 이런 교육과정을 위해 전체 교직원의 90% 이상을 석·박사로 꾸렸다.

학부모와 교육계에서는 민사고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교육 당국은 자사고 폐지에 예외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사고는 영재학교로의 전환도 고려했지만 민사고의 경우 인문·수학·과학을 아우르는 전인교육을 표방하기에 정체성이 상실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신 대안교육 특성화고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대안교육 특성화고 전환을 고려 중이지만 교육 당국은 일괄 폐지 외에 예외를 두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내년 입학생까지는 일반고 전환 전인 2024년 졸업을 하게 돼 아직 동요는 없지만 폐지 시점과 맞물리는 내후년 입학생부터는 장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민사고 등 전국 자사고·외고는 일반고 일괄 전환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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