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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동향
"韓, 회담장서 명함돌리기 바빠···현장 훤히 꿰뚫는 통상전문가 양성 중요"

[서경이 만난 사람] 유명희 경제통상대사

통상교섭본부, 정책 대신 교섭 주력해와

권한 넓히고 전문가 키워 전략적 접근을

유명희 경제통상대사. /오승현 기자




“다자 협상장에 들어서면 우리는 참석자들한테 명함을 돌리며 인사를 건네기 바쁩니다. 다른 참석자들끼리는 ‘퍼스트네임’을 부르며 사적인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말이죠.”

유명희 경제통상대사는 부처 내 통상 전문가가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드는 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통상뿐 아니라 산업과 에너지 등 다른 업무를 두루 섭렵한 ‘제너럴리스트’를 육성하는 인사 풍토가 남아 있어 ‘스페셜리스트’가 자라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 대사는 “통상교섭본부에 근무하던 시절 ‘그렇게 통상만 하면 (높은 자리에) 못 올라간다’는 말을 종종 듣고는 했다”면서 “업무를 두루 해본 사람이 고위직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 대사는 전문가의 부재가 협상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논의 당시 협상장에 나왔던 호주와 뉴질랜드 대표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면서 “덕분에 서로의 입장을 대신 얘기해줄 수 있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유럽연합(EU)이나 아세안과 달리 우리는 대외 무대에서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그룹이 없다”면서 “편들어줄 국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입장을 보다 설득력 있게 전하려면 인재 양성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대사는 통상교섭본부의 역할이 제한돼 있는 데 대한 견해도 드러냈다. 통상교섭본부가 대외 정책과 전략을 주도적으로 설계하지 못하고 교섭 기능을 주로 맡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이다. 그는 “바다에 나가 적과 맞서는 이순신 장군한테 육지에서 짜준 전략대로 싸우라고 한다면 해전에서 이길 수 있을까”라면서 “전장을 누구보다 훤히 꿰고 있는 것은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섭과 전략 정책은 구분돼서는 안 된다”며 “외국과 협상장에서 직접 맞닥뜨리는 협상가들에게 보다 많은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대사는 공급망과 환경·백신에 이르기까지 통상의 범주가 전보다 더 넓어지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자국 주도로 공급망을 설계하기 위해 편 가르기가 본격화한 데다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백신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려는 주요국 간 물밑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그는 “통상교섭본부의 역할을 확대하자는 얘기를 부처 이기주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통상이 지금까지는 시장 개방과 무역 확대 중심의 경제적 이슈였다고 한다면 이제는 동맹을 포함한 정치와 외교를 통합한 국가 전략적 이슈로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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