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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그물로 옷 만드는, 환경에 진심인 회사[지구용]

바다 생태계 파괴하는 폐그물이 아웃도어 재킷·모자로 변신

유행 덜 타는 디자인, 수선 서비스로 '오래 입기' 권하는 파타고니아

‘넷플러스’는 바닷속에서 수백년간 썩지 않는 폐그물을 수거해 만든 의류용 재생 소재다. /사진제공=파타고니아




씨스피라시에서 바다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폐그물, 기억하세요? 지구용 에디터들도 정말 충격이 컸던 기억...그런데 폐그물을 수거해서 옷으로 만드는 회사가 있대요. 바로 파타고니아. 사실 요즘엔 다들 시류에 편승해 친환경을 외치니까 파타고니아도 그런가 보다 싶었어요.

하지만 착각이었죠...??파타고니아는 아예 작정하고, 우리가 물건을 덜 팔아도 좋다는 수준까지 지구를 생각하는 회사더라고요. 폐그물로 만든 옷, 소개해 드릴게요. 파타고니아코리아 마케팅팀의 이정은 차장님이 찬조출연(광고 없음! 지구용은 정말 마음이 가는 곳만 따라가용).

가족보다 애인보다 오래 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영원하다(PLASTIC IS FOREVER)."

폐어구로 만든 소재, '넷플러스'를 소개하는 영상 속 문구예요.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화학섬유) 그물은 분해되기까지 수백년이 걸려요. 바다 생물들은 폐그물에 엉켜서 죽고, 폐그물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죽어요. 아주 오래오래.

이 사실을 안타까워한 사람들 중에 벤 네퍼스&데이빗 스토브라는 두 미국인이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폐그물로 스케이트 보드, 서핑 보드를 만들어보자!??' 그리고 나중에는 파타고니아와 손잡고 옷까지 만들게 됐죠.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어부들로부터 산 폐그물을 잘개 쪼개서 플라스틱 알갱이로 만들고, 여기서 실을 뽑아내 의복 재료로 쓴 거예요. 모자는 챙의 단단한 부분만 넷플러스 소재지만 옷의 경우는 겉감, 안감까지 100% 넷플러스로 만들었다고. 그렇게 2020년 7월까지 1,000톤 넘는 폐그물을 재활용했대요.

넷플러스 소재로 만든 파타고니아 모자. /사진=파타고니아


벤과 데이빗이 만든 '부레오(Bureo)'와 넷플러스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클릭. 아쉽게도 한글 자막은 없지만 NG컷도 볼 수 있고 꽤 재밌어요.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아진 에디터. 파타고니아코리아 마케팅팀의 이정은 차장님으로부터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어요. Q&A로 정리해 볼게요.

파타고니아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정은님(오른쪽). /사진=정은님 제공


더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구를 위해서라면


넷플러스로 만든 옷. /사진=파타고니아


▶에디터 : 사실 전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수지타산이 맞는지부터 궁금하더라고요. 일반적인 섬유로 옷을 만들 때랑, 넷플러스로 만들 때랑 생산 비용의 차이가 있겠죠?

정은님 : 아무래도 그렇죠. 재활용 소재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쓰레기로 만들었는데 왜 비싸냐'는 질문을 많이 하세요. 폴리에스터, 나일론처럼 이미 공정이 끝난 기존 소재는 가져다 옷으로 만드는 비용만 지출하면 돼요. 그런데 재활용 소재는 폐기물을 폴리에스터로 만드는 과정에서 생산비, 인건비가 추가로 들죠. 그래서 재활용(친환경) 소재가 더 비쌀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옷을 만들면 석유(=폴리에스터 원료)를 덜 쓰는 셈인 거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겠죠? 공기 오염, 물 사용, 토양 오염도 줄고요. 그래서 파타고니아는 더 비싼 비용을 지출하고서라도 재활용 소재로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에디터 : 지금 국내 파타고니아 매장에선 넷플러스 모자, 재킷류를 판매하고 있던데요. 앞으로 어떤 제품이 더 나올까요?

정은님 : 넷플러스를 개발한 부레오에서는 넷플러스 선글라스, 프리스비, 젠가(!)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 중이에요. 파타고니아도 넷플러스를 사용하는 제품군 비중을 점차 늘릴 예정이에요.

▶에디터 : 지구용 에디터들도 씨스피라시를 보고 많이들 충격을 받았는데요. 넷플러스 제품을 보고 소비자들도 씨스피라시를 많이들 떠올리겠죠?

정은님 : 저도 작년에 파타고니아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담당자인 제이크의 추천으로 씨스피라시를 봤었거든요. 플라스틱 일상용품으로 인한 오염도 심하지만, 해양 쓰레기의 46%가 폐어구라는 점이 놀라웠었어요. 부레오에서도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폐그물을 재활용하는 소재를 개발한 거구요.

폐그물이 해양오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어요. 어업이 사라질 수 없으니,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많은 분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씨스피라시가 어떤 다큐멘터리인지 궁금하다면 관련 리뷰가, 한국 바다는 괜찮은 건지 궁금하다면 지구용 지난 레터가 도움이 될 거예요!)

최대한 오래 입는 옷, 유행을 타지 않는 옷


▶에디터 : 옷만 놓고 보자면 사실 옷을 안 사는 게 제일 친환경이잖아요. 옷을 만드는 회사 입장에선 마케팅이 고민스러울 것 같아요. 잘못하면 그린워싱(=친환경인 척만 하는)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요. 마케팅 담당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정은님 : 우리가 옷을 안 입을 수는 없잖아요. 파타고니아는 자연 환경에서 스포츠를 즐기기에 최적화된 기능성 의류를 주로 만들고 있어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최대한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품질이구요. 뛰어난 내구성, 유행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디자인이라면 사람들이 오래 입겠죠? 그럼 자연스럽게 옷 소비를 줄일 수 있게 되구요. 파타고니아는 이런 생산 철학을 갖고 있고 마케팅에도 그대로 반영돼요. 그리고 이런 철학을 진정성 있게 알리고 소비자들이 환경 보호를 위한 활동에도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게 파타고니아의 마케팅이에요.

▶에디터 : 그럼 마지막 질문! 개인적으로 어떻게 지구 사랑을 실천하고 계신지 지구 용사들과 공유해 주세용.

정은님 : 평소에 물을 많이 마셔요. 파타고니아에 입사하기 전(6년 전)까진 플라스틱 생수병을 자주 썼는데 입사 후에는 텀블러를 꾸준히 써요. 지금까지 제가 덜 쓴 플라스틱 생수병이 대략 2,300개 정도 될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깊게 생각했다면 더 많은 생수병을 줄일 수 있었을텐데 말이에요.

그리고 과거엔 고민 없이 옷을 사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꼭 필요한지, 오래 입을 수 있을지 고민해요. 가능하다면 수선해서 입기도 하고요. 그리고 작년에는 탄소배출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바꿨어요. 전기차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최대한 나은 선택지를 골랐다는요.

이 정도면 진정성 인정!


에디터는 사실 파타고니아에 대해 달랑 로고밖에 몰랐어요. 그런데 이번에 조금 공부를 하면서 파타고니아에 대한 인상이 '무(無)'에서 '매우 좋음'으로 바뀌었다는. 지금까지 파타고니아의 행보를 보면 여긴 완전 찐이거든요.

버려진 플라스틱 통을 재활용해 만든 플리스를 1993년에 출시했고, 1994년엔 모든 제품에 쓰이는 목화를 유기농 목화(=화학물질을 쓰지 않고 재배!)로 바꿨어요. 다운재킷에는 사료를 강제로 먹여 기른 거위or살아 있는 거위or오리에게서 뽑아낸 털이 안 들어가구요. 아예 안 들어가면 더 좋겠지만...!!재활용한 나일론, 폴리에스터, 면, 울, 다운까지 다양한 재활용 재료를 쓰고 있기도 해요.

매출의 1%는 전세계 수백 곳의 풀뿌리 단체에 지원해요. 우리나라에서도 녹색연합,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환경운동연합 등에 지원 중이구요.

무상 옷 수선 서비스인, '원 웨어(Worn wear)'도 받아볼 수 있어요. "수선은 낡거나 헌 물건을 고친다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지구를 위한 급진적인 환경 운동"이라는 파타고니아의 설명이 참 멋져요. 원웨어를 통해 추억이 담긴 옷을 고쳐 입은 이들의 이야기도 재밌어요. 이용 가능 매장은 여기서 꼭 확인하시구요.

파타고니아의 원웨어 서비스. /사진=파타고니아


환경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반에 대해서도 정말 신경을 많이 쓰는 기업이에요. 192가지 제품을 공정 무역 인증 공장에서 박음질한대요. 전세계 협력 공장 직원들의 임금 수준까지 챙기고요. 정말 많은 일들을 하고 있으니까 더 궁금한 용사님들은 여기서 둘러보심 돼요.

여기까지 찾아보곤 설마 이렇게 좋은 회사가 있다고? 싶어져서 파타고니아에 관한 과거의 외신 기사까지 검색해 봤는데 대체로...좋은 이야기들이더라구요. 믿고 아끼기로 했어요. 더 많은 패션 기업이 지구를 아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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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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