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 등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에 대한 영장 실질 심사에서 배임 혐의를 인정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이른바 대장동팀을 배임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앞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과 공모해 성남도개공에 손해를 입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반면 김 씨 등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정책적 판단에 따랐다’는 방어 논리로 맞서고 있다. 결국 배임 혐의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김 씨 등의 구속 여부는 물론 ‘윗선’ 수사까지 방향성이 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앞으로 열릴 재판에서 유무죄를 결정하는 핵심 잣대로 작용할 수 있다.
김 씨는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 실질 심사에 앞서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부인한다”고 답했다. 김 씨는 특히 “그분(이 후보)의 행정 지침이나 시가 내놓은 정책에 따라서 공모를 진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 원의 뇌물을 주기로 약속할 이유도 없다며 “다 곡해고, 오해”라고 주장했다. 뇌물·배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대장동 개발 사업이 당시 이 시장 지침에 따라 이뤄졌을 뿐 성남도개공의 이익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민간 사업자 몫을 늘린 게 아니라는 논리를 방어 최전선에 내세운 모양새다.
반면 검찰은 김 씨와 남 변호사, 유 전 본부장, 정 전 전략사업실장 등이 각각 △정·관계 로비 △자금 조달 △특혜 제공 △편파적 실무 절차 진행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배임 행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대장동팀이 짜고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한 공모 지침서를 작성하고 화천대유가 참여한 컨소시엄에 유리한 선정 기준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성남도개공에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배임 혐의를 사이에 둔 양측의 첨예한 충돌이 영장 실질 심사는 물론 앞으로의 재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검찰이 김 씨와 남 변호사, 유 전 본부장, 정 전 실장이 ‘한배를 탔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배임 혐의를 인정하는 법원 판단은 줄구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정책적 판단에 따랐다’는 대장동팀 방어 논리는 오히려 당시 성남시 사업 결정권자인 이 후보에게로 사정 칼날이 향하는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배임 혐의 인정→구속→윗선 수사 확대’라는 연결 고리가 이어지면서 앞으로 열릴 재판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들의 배임 혐의에 대한 법원 판단에 중요한 건 앞으로 수사가 윗선으로 올라갈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구속 수사에 성공할 경우 검찰은 윗선 등 수사 대상을 확대할 수 있으나 반대의 경우 수사 동력이 떨어지는 결과만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배임 혐의 인정에 따른 구속 여부는 검찰의 대장동 사업 개발 특혜·로비 의혹 수사가 진실 규명에 접근하느냐, 용두사미로 전락하느냐를 결정할 수 있다”며 “만일 핵심 인물에 대한 구속 수사에 실패하더라도 배임 혐의에 대한 법적 다툼은 법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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