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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못난이 대선’ 예방법

문성진 논설위원

내년 대선 후보 비호감도 60% 안팎

자칫하면 ‘밉상 걸러내기’ 대선 될 판

특검 수용·정책 승부 등 극적반전 필요

승자독식 접고 통합의 정치 복원해야





“찍을 사람이 없습니다. 투표장에 안 갈래요.”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넉 달 앞둔 요즘 이런 볼멘소리를 자주 듣는다. 여야 주요 대선 주자들의 비호감도가 60% 안팎이라는 여론조사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때 비호감도가 40%대 중반이었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자칫하면 ‘밉상 걸러내기’ 대선이 될 판이다.

대선 주자들의 높은 비호감도는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절반이 훨씬 넘는 국민이 ‘대장동 게이트’와의 연관성을 의심하며 특검을 요구하는데 되레 대장동 사업을 본인의 치적으로 자랑하고 특검을 회피한다. 최종 대선 후보 결정을 앞둔 국민의힘 홍준표·윤석열 두 유력 후보의 숱한 구설과 거친 언행은 실망만 키우고 있다.

비호감도 60%라면 2016년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비호감도에 견줄 만하다. 그때 사상 최악의 밉상 후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뽑혔고, 이후 미국은 4년 내내 두 진영으로 갈려 서로 증오를 키우고 헐뜯기를 일삼았다. 급기야 올해 1월에는 대선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까지 벌어졌는데도 요즘 트럼프는 47%의 높은 지지율을 누리고 있다. ‘밉상 대선’은 이처럼 후유증이 크고 치유도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별로 밉상도 아니었는데 우리 국민은 둘로 갈라졌다.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이 31.6%에 지나지 않았음을 망각하고 승자 독식 정치를 한 탓이 크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고 했지만 인사와 정책에서 패자에 대한 배려는 없었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도 지키지 않았다. 이런 승자 독식 정치로는 자신을 대통령으로 찍지 않은 유권자 68.4%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없다. 결국 분열의 정치는 초라한 뒤태만 남겼다. 그렇게 자신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집값 안정은커녕 사상 초유의 집값 폭등을 초래했고, 야심 차게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아무 성과도 없이 북한 눈치 보기 외교로 귀결됐다.



패자에 대한 배려는 승자의 미덕이다. 어떤 게임에서든 승자 독식은 필경 부작용을 낳는다. 특히 정치에서는 승복을 위한 배려가 없으면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게도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 등의 원죄 탓인지 승자 독식을 자제했던 덕에 야당과의 큰 갈등 없이 북방 정책과 신도시 개발 등의 성과를 남길 수 있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DJP(김대중·김종필) 연립 정권이라는 승자 독식이 근원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한계 속에서 국제통화기금(IMF) 국난 극복과 괄목할 만한 대북 정책의 진전을 이뤄냈다.

권력은 모름지기 나눠야 커진다. 승자가 권력을 독차지하려는 욕망을 접고 패자를 품어야 정치가 안정된다. 정치사상가 존 롤스는 “정치란 다양한 신념 간에 공정한 협동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비춰보면 문 대통령은 정치를 정치답게 하지 못한 셈이다.

내년 대선은 더 암울하다. 진영 갈등은 극단적이고, 후보들까지 밉상이기 때문이다. ‘못난이 대선’이 되지 않도록 후보들이 밉상의 면모부터 일신해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국민 요구대로 특검을 통해 의혹을 털어내야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 야당 후보들은 거북살스러운 언행을 그만 멈추고 어떻게 더 나은 나라를 만들지 논하는 데 더 힘써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통합의 정치력을 보여주는 일이다. 내년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긴축 선회로 금융·실물 부문이 동시에 휘청거리며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도 있다. 차기 대통령은 만에 하나 위기가 닥쳤을 때 국가의 모든 역량을 모아 극복해내야 할 책무가 있다. 게다가 미중 패권 전쟁과 북한의 핵 도발 능력 증대로 안보 상황이 일순간에 돌변할 우려도 크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못난이 대선’이나 치러서야 되겠는가. 여야 후보들에게 ‘다양한 신념 간에 공정한 협동 조건을 만드는’ 정치다운 정치를 기대해본다. 미래를 향한 희망으로 벅차오른 유권자들로 대선 투표장이 장사진을 이루는 드라마틱한 반전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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