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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이하 회사채 벌써부터 외면…强달러땐 항공·정유 환차손 우려

■美 이달 말 테이퍼링…기업 자금 조달 빨간불

회사채 스프레드 51.3bp 최고치

저신용 기업 회사채 미매각 잇따라

금리 오르면 소비·투자 위축될수도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으로 금리 상승이 현실화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회사채 가격이 뚝 떨어진 가운데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벌써부터 채권 발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4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부터 테이퍼링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산업계도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예고된 이벤트라는 점에서 침착한 분위기가 일반적이지만 기업 환경에는 악재에 더 가깝다는 인식이다. 테이퍼링이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들은 직접적으로 이자 비용 부담이 늘면서 신규 자금 조달에 실패하거나 투자 여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기업 자금 조달 시장은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자 채권 중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회사채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채권 가격 하락은 금리 상승을 뜻한다. 기업들의 신용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인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차이) 역시 연초 31bp(1bp=0.01%포인트) 선에서 9월 들어 45bp를 넘더니 지난 3일 51.3bp까지 확대돼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업들도 금리 인상과 긴축을 예상해 미리 현금을 확보해놓기는 했다. 9~10월 두 달간 시장에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은 약 8조 4,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7~8월(5조 2,000억 원)에 비해 65%나 많은 것이다. 기업들이 앞다퉈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A등급 이하인 저신용 회사채는 투자 수요를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은 일도 많았다. 풀무원식품(A)을 필두로 디티알오토모티브(A), 더블유게임즈(A-), HK이노엔(A-) 등에서 잇따라 회사채 미매각이 발생해 발행 주관사가 물량을 떠안아야 했다.



회사채 발행 시장은 이미 찬바람이 들어와 수요예측에 나서는 곳도 오는 9일 이랜드월드 정도다. 이랜드월드는 1,000억 원 발행을 계획 중인데 산업은행의 유동성지원기구(SPV)에 SOS를 보내 800억 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200억 원의 주문만 시장에서 확보하면 되지만 이마저도 최근 시장 분위기를 보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고 있다”며 “기관들의 수요 확보는 어렵고 금리가 높은 만큼 증권사를 통해 개인에게 팔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기조로 기업들의 부담이 계속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현재 0.75%인 한은 기준금리가 내년 말 1.5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릴 경우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영업이익 대비 이자 비용 비율은 51.30%에서 56.43%로 5.13%포인트 상승하고 중소기업은 63.28%에서 71.73%로 8.45%포인트 늘 것으로 조사됐다. 늘어난 이자 비용만큼 기업이 운용할 자금이 줄어든다는 뜻인데, 이 경우 한계기업들의 도산으로 연결될 수 있고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테이퍼링으로 시중 자금이 줄어들면 그만큼 소비자 구매력이 낮아지면서 수출 기업에도 악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자동차 할부 비용이 늘면 소비심리가 축소될 수 있는 만큼 경제 지표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 업계도 테이퍼링으로 경기가 위축돼 자동차·조선 등 수요 산업이 영향을 받으면 철강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달러 선호 현상이 커지며 달러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도 기업들에 부담이다. 해외에서 빌린 돈을 갚으려면 환율 상승분만큼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하므로 이자가 오르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또 달러로 항공유 구매비와 항공기 리스비를 지급하는 항공사의 경우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손실을 본다.

정유·화학 업계는 환율 상승 시 원재료 수입 가격이 올라간다. 플라스틱 산업의 경우 생산비에서 원재료 비중이 평균 83%로 원재료 가격 변동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플라스틱 부품이나 반제품을 제조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1차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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