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공급 부족 현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증설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 DDR5 D램 등 신규 반도체 생산이 필요한 상황에서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램리서치, 네덜란드 ASML 등 세계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반도체 제조사의 장비 수요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특히 물류 대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망 불안 이슈가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더그 베팅어 램리서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리드타임(납품 기간)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우리는 여전히 장비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글로벌 장비 업체들이 공급에 애로를 겪으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공장 증설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을 증설해 낸드와 D램·파운드리 역량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시황에 따라 생산 규모를 늘리면서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는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DB하이텍 등 국내 8인치 파운드리 업체의 설비 보완을 위한 장비 수급도 여전히 녹록지 않다. 반도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도 신규 D램 생산과 공정 전환에 최신 장비가 도입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노종원 SK하이닉스 경영지원 담당은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장비 발주를 위한 반도체 장비 업체와의 협상을 예년보다 더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며 “장비 부족을 포함한 각종 불확실성 때문에 경영계획을 두 달 이상 앞당겨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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