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주들이 지지부진한 장세 속에서도 외국인 투자가의 집중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동남아시아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불안 문제가 여전하지만 점차 해소되고 있고 수요가 탄탄하다는 점을 높게 사면서 자동차주들을 사들이고 있다. 또 국내 완성차 업체가 미국 시장에서 점차 점유율을 높여가며 품질 경쟁력을 입증한 것도 최근 주가 강세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5일 기아(000270)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보다 1.15% 오른 88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2.35% 상승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오름세다. 현대차(005380)도 전일 대비 0.47% 상승한 21만 5,000원을 기록했다. .
최근 국내 자동차주들이 지지부진한 시장 속에서도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아는 지난달 6일 7만 4,70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이날까지 13.11% 상승했다. 현대차도 지난달 1일 19만 3,500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11.11% 반등했다. 이 기간 기아와 현대차의 시총은 각각 5조 3,913억 원, 4조 5,941억 원 늘어 35조 6,719억 원, 45조 9,386억 원이 됐다.
국내 자동차주의 강세 배경에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있다. 이날도 외국인은 기아와 현대차를 각각 1,100억 원, 347억 원 순매수했다. 특히 기아차에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은 기아를 7월에 1,191억 원 순매도한 뒤 8월(2,349억 원), 9월(2,623억 원), 10월(2,036억 원) 석 달 동안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현대차도 9월 들어 외국인의 매수세가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7월과 8월 현대차를 6,271억 원 내다판 외국인은 9월부터 지난달까지는 976억 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외국인들이 자동차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은 차량용 반도체 해소에 대한 기대감과 국내 완성차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5.9%, 5.0%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 0.9%포인트 상승했다. 양사 합산 점유율은 10.9%로 전년 동기 대비 2.5%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 기반이 탄탄한 만큼 차량용 반도체 문제가 해소될 경우 높아진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호실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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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 생산 차질은 불가피했지만 생산은 9월, 도매 판매는 10월에 저점을 확인한 것으로 판단, 반도체 수급이슈, 글로벌 물류 대란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며 “타이트한 자동차 재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생산 정상화 이후 중장기 투자 판단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보다 내년 신차 판매 모멘텀이 있는 기아를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기아는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스포티지를 내년 중 글로벌 시장에 내놓고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4도 내년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칩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영향이 있었지만 기아는 미국과 유럽에서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고 인도공장 증설 효과 등 상대적으로 판매 차질 영향이 덜하다”며 “EV6가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전기차 점유율 향상이 기대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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