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요소수 품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화학연구원 등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을 중심으로 요소수 검사 기관을 늘린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해외 요소수를 국내에 들여오려면 제조 기준 적합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의뢰 폭주로 검사에 차질이 발생하며 ‘검사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국립환경연구원 교통환경연구소와 한국석유관리원 등 단 두 곳뿐인 요소수 검사 기관을 늘려 중국 외 제3국의 요소수 수입을 지원할 예정이다. 추가 대상으로는 한국화학연구원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며 한국환경공단·한국환경연구원·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등도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요소수 수입을 돕기 위해 검사 기관 추가 지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국화학연구원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유 차량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을 분해하는 요소수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제조·수입하기 전에 지정 검사 기관에서 제조 기준 적합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 기관에서는 요소 함량이 기준(최소 31.8%, 최대 33.2%)에 적합한지를 비롯해 요소수 밀도, 불순물 농도 등을 확인한다.
요소수 대란이 발생하자 국내 무역업자들이 중국 외 동남아시아 등에서 요소수 수입을 시도하고 있으나 제조 기준 적합 검사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의가 폭주해 실제 검사를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관리원이 검사 기간을 4분의 1로 대폭 단축하고, 사후 검사를 맡아온 교통환경연구소도 사전 검사를 다시 진행하지만 역부족인 상황이 지속되자 정부가 검사 기관 신설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검사 기관에 참여하려는 연구소들 역시 제조 기준 적합 검사가 배기가스저감장치(SCR) 등 환경 연구와 연계된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종태 교통환경연구소장은 “환경 관련 정부 출연연 중심으로 연구 아이템을 늘리는 차원에서 검사 기관 참여를 검토 중인 곳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연구소 내부에서 필터 등 배기가스 관련 연구를 이미 진행하고 있는 만큼 요소수 검사 기관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 요소수 부족 상황을 고려해 대학 연구소 등 전문 기관을 임시 검사 기관으로 추가 지정해 요소수 적합성 검사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요소수 검사 기관 참여가 연구소 본연의 역할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제기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시적인 검사 기관 확대는 불가피할 수 있지만 검사 기관 자체를 계속 늘리는 것은 연구소에 연구 외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역시 “연구에 집중해야 할 한국화학연구원의 과학자들이 요소수 검사에 신경을 써야 하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부는 국제 인증을 받은 요소수 완제품에 한해 연말까지 국내 수입·사용시 사전검사 면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요소수 수입자는 ‘애드블루’ 등 국제 인증자료를 요소수 완제품에 대한 신청서와 함께 작성해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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