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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Dr. 브레인' 김지운 감독 "편안한 것보다 새로운 걸 하고 싶어요"

'닥터 브레인' 김지운 감독 / 사진=애플TV+ 제공




‘장화, 홍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등 한계 없는 장르 소화력을 보여줬던 김지운 감독이 이번에는 SF 스릴러 드라마를 선보였다. 특유의 감각적인 미장센은 물론, 회마다 장르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함으로 드라마 시리즈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김지운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 ‘닥터 브레인(Dr. 브레인)’은 타인의 뇌에 접속해 기억을 읽는 뇌동기화 기술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천재 뇌과학자 고세원(이선균)의 이야기로 이뤄진 미스터리 SF 스릴러물이다. 홍작가의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애플TV+의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로 낙점되면서, 지난 4일 애플TV+의 국내 론칭과 함께 공개됐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는 데 익숙한 김 감독이 첫 드라마로 웹툰 원작을 선택한 것은 소재 때문이었다. 웹툰을 드라마화하는 기획안이 만들어져 있는 상태에서 합류하게 된 김 감독은 처음에는 영화화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고민 끝에 차곡차곡 서사를 빌드 업하기 위해서는 드라마화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미스터리에 집중된 원작에 따뜻한 가족애를 덧입혀 폭넓고 풍성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사람의 뇌를 들여다본다는 소재가 무척 흥미를 끌었어요. 원작 그림을 봤는데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작품)체의 그림이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누아르풍의 음영과 명암이 강조는 스타일이고, 극과 인물의 심리가 과감하게 보이는 그림체여서 마음에 들었어요. 이 웹툰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만 가도 잘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뇌 동기화 기술’이라는 생소한 소재에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가장 먼저 ‘이게 가능한가’라는 지점에서부터 시작했다. 뇌 과학 서적을 계속 찾아봤고, 저명한 뇌과학자인 카이스트 정재승 박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쥐 실험을 통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는 것을 보고는 드라마적 요소를 끌어왔다. 그러면서 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연출하려고 노력했다.

/ 사진=애플TV+ 제공


영화만 쭉 연출해 오던 김 감독에게 드라마 작업은 모든 게 새롭게 느껴졌다. 주어진 시간 안에 영화 작업의 2~3배를 찍어야 했기 때문에 미장센 같은 것보다는 스토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중심을 뒀다. 보여줘야 할 분량이 많다는 압박감을 느끼면서 빠르고 기민하게 판단하려고 했다.

“분위기로 끌고 가면서 모호했던 작품을 만들기도 했었는데, 이렇게 하다 보니 좀 더 이야기를 또렷하고 선명하게 전달하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또 에피소드마다 이야기의 완결성을 가져가고,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들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러면서도 분절되는 것 없이 앞뒤 톤앤매너에 맞춰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신경 썼죠. 그런 게 시리즈 드라마의 매력이자 특징이 아닐까 싶어요.”

“여러 가지 장르들이 매 에피소드마다 녹여져 있어요. 1회 같은 경우에는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서 분위기를 많이 조정하면서 서스펜스, 미스터리, 호러적인 분위기가 많았죠. 이후에는 액션이나 누아르 느낌이 강화된 회도 있고, 마지막으로 갈수록 휴머니즘이 강화됐어요. 의도했던 것은 아니고, 이 회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매회 마다 장르가 달라졌어요. 영화를 통해 여러 장르를 연출했었는데 그런 저의 영화적 특징들이 이번에 드라마를 하면서 보인 것 같아요.”

애플TV+는 국내 OTT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넷플릭스처럼 전 회차를 공개하지 않는다. 보통의 TV프로그램 같은 시스템처럼 매주 한 회씩 공개해 궁금증을 돋게 만든다. 이런 방식은 호불호가 나뉘기도 한다.



“익숙해져 있는 것에서 새로운 형태를 가져야 하는 것이라 각자가 이런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를 통으로 보여드려서 총평을 듣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이 포맷에 맞춘 것이라서 반응이나 현상들은 감수해야 할 것 같아요. 일주일이 기다려지는 것일 수도 있고, 기다림에 지쳐서 감흥이 낮춰질 수도 있는 거지만 모든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애플TV+와의 작업은 국내 작업 방식과는 많이 달랐다. 국내에서는 감독의 비중이 높지만, 해외 플랫폼에서는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반영되기 때문. 앞서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연 영화 ‘라스트 스탠드’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던 김 감독은 이런 애플TV+의 작업 방식이 낯설지 않았다고. 대신 이번에는 연출뿐만 아니라 각본에도 참여하고 총괄 프로듀서의 역할까지 하면서 새로움을 많이 느꼈다.

“연출을 하면서도 프로듀서 마인드를 가지면서 하기 때문에 신경을 안 써도 됐을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어떤 부분에서는 집중하는 데 방해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작품 한 편이 나오는 전 과정을 꿰뚫게 되면서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됐어요.”

'닥터 브레인' 김지운 감독(좌), 이선균 / 사진=애플TV+ 제공


이처럼 여러 가지로 새로운 도전이었던 ‘닥터 브레인’ 작업 과정에서 의지할 수 있었던 건 주연 배우 이선균이었다. 이선균이 처음 연기를 시작하던 시절부터 눈여겨봤다는 김 감독은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통해 차근차근 스펙트럼을 넓히는 작업을 한다고 느꼈다. 특히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통해 훌륭한 연기자로 성장했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선균이 연기한 고세원은 기억 저장 역할을 하는 해마가 비대하게 크고, 감정이나 두려움을 다루는 편도체 쪽이 위축되어 있는 설정으로 차갑고 무감한 캐릭터. 김 감독은 이선균이 차갑다기보다 무감한 쪽을 잘 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세원처럼 고립되어 있는 캐릭터를 관객들이 따라가기 힘들지 않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도 캐릭터에게 조금씩 온기를 주는 쪽으로 결정했는데, 현장에서 그런 결정을 맞닥뜨렸을 때 흔들리지 않고 소화할 수 있는 건 이선균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여겼다.

“이선균과 작업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중산층의 스탠다드한 호감형의 중년 남자’ 이런 캐릭터를 편하게 전달할 수 있어서 관객들에게도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장점을 가진 배우가 아닌가 싶어요. 작업하면서 그런 것들을 본인 스스로 증명했죠. 아무리 좋은 배우들이라도 흔들릴 때가 있고, 한 신을 소화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선균은 어떤 상황이나 장면, 어떤 경우의 수에도 그 신을 무너지지 않게 하는 대단한 미덕이 있는 배우예요.”

어느 하나 비슷한 것 없는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 김 감독에게 원동력은 호기심이다. 편안하게 똑같은 것을 하기보다는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영화가 아닌 드라마에 도전한 것도, OTT 플랫폼 형태로 선보이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감독이니 영화를 계속하고 싶죠. 그런데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영화 산업이 다시 위축되면서 보수적이게 됐어요. 한편으로는 OTT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다룰 수 있는 소재가 다양해졌지만, 시네마틱 한 걸 구현할 수 없는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죠. 저는 큰 화면에 영화적 요소와 특징을 다 스펙터클하게 담아내고 싶거든요. 저는 영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화 작품을 할 것이고, 위축적인 분위기 때문에 더 모험적인 걸 못 한다면 어쩔 수 없이 OTT나 드라마로 가지 않을까 싶어요.”

“드라마도 해보니까 재밌는 부분도 있어요. 한 회를 완성 지으면서 다음 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들을 고민하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관객들과 딱 맞아떨어지면 쾌감도 있고요. 영화보다 빠르게 피드백되는 부분도 있어서 영화와 드라마를 같이 할 수 있으면 같이 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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