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가 기업공개(IPO) 기업들에 구체적인 상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IPO를 추진 중인 기업과 주관사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거래소에서 상장 심사를 받고 있고 SSG와 현대오일뱅크·올리브영·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IPO 대어들도 상장을 위해 조만간 거래소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거래소의 움직임에 가장 촉각을 세우고 있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각각 지난 6월 8일과 9월 30일 거래소에 상장 심사를 청구했지만 아직까지 결과를 통지받지 못한 상황이다. 통상 늦어도 45영업일 내에 결론이 나지만 아직까지 승인 일정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은 각각 상장 몸값이 100조 원, 10조 원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경우만 해도 당초 기업가치로 100조 원이 거론됐지만 75조~80조 원 수준으로 조정돼 내년 1~2월쯤 공모에 나설 것으로 투자은행(IB) 업계는 내다봤다.
공모주 투자 열기가 한풀 꺾인 데다 거래소가 비교 기업을 부적절하게 선정해 공모가를 과도하게 부풀리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어서 아직 심사를 청구하지 않은 기업들의 움직임은 신중해진 모습이다. 올해 IPO 열기에 힘입어 SSG·현대오일뱅크·올리브영뿐 아니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SM상선·마켓컬리·오아시스마켓 등이 내년 공모 시기를 엿보고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아직 심사를 청구하지 않은 기업들은 내부적으로만 상장 몸값을 논의하는 단계”라며 “거래소가 엄격하게 심사를 하면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산정해 상장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에도 공모가 산정 시 거래소 및 금융 당국과 의사소통을 해온 만큼 기조 변화가 크지 않기를 바라는 형국이다.
한편 거래소 관계자는 “공모가의 높고 낮음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며 “비교기업의 적정성 등 상장 과정의 합리성만 따지기 때문에 (신규 상장 추진 기업의) 문턱이 높아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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