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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못 버틴다”…페인트 업계 가격 인상 대열 합류

노루·삼화·강남제비 등 주요 업체 약 10% 가격 인상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급등에 3분기 ‘어닝 쇼크’ 충격

상반기 한 차례 인상에도 추가 가격 인상 불가피 판단

사진 설명




국내 주요 페인트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페인트 판매가 인상에 돌입했다.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 기업 실적에 직격탄을 주자 인상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시장의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기업들이 추가적인 움직임에 나설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삼화페인트(000390)는 주요 판매처를 대상으로 바닥 방수재 등을 비롯한 건축용 도료 제품의 가격을 올리겠다고 알렸다. 이에 이달 중순 또는 이달 말께 본격적으로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격 인상폭은 종전 대비 약 10% 선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루페인트(090350)도 지난달 가격 인상 조치를 알린 뒤 이달부터 약 10~15% 인상된 판매가로 공급하고 있다. 강남제비스코(000860) 역시 건축용 도료의 값을 약 10% 선에서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페인트 업체들은 그간 가격 인상에 난색을 보여왔다. 도료 시장은 성장이 정체돼 있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판매 가격을 올리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올해 상반기 도장 업계 등의 우려 속에서도 한 차례 가격을 올렸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주요 업체들은 올 상반기 대략 10% 선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그럼에도 원자재 가격의 강세가 이어지자 추가 인상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른 것에 비하면 앞선 인상분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국제 유가의 경우 올해 초 배럴 당 50달러 수준이던 브렌트유가 최근 80달러 선을 넘어선 상태다. 국제 유가가 뛰면서 주요 화학 제품 값도 크게 올랐는데 페인트의 원재료인 수지(Resin), 용제(Solvent)는 올해 상반기 약 20% 뛰었고 안료(Pigment)는 40% 이상 올랐다. 심지어 페인트를 담는 캔값도 뛰고 있다.

경영 여건 악화로 올 3분기 주요 페인트 기업들은 줄줄이 ‘어닝 쇼크’를 나타냈다. 원자재 부담과 함께 달러 강세까지 겹쳐 실적에 충격을 줬다. 페인트 산업은 재료의 수입 비중이 높은 반면 매출은 내수 비중이 커 환율 동향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삼화페인트는 올 3분기 매출이 1,48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3% 늘어났지만 13억 원의 영업손실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강남제비스코도 올 3분기 46억 원의 영업손실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으며 직전분기(-10억 원)와 비교해도 적자폭이 커졌다. 노루페인트도 작년 동기 대비 40% 줄어든 7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판매 가격을 올리면서 추가 인상에 상당히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감당하기 힘든 상태가 오자 고민 끝에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 등 시점에 추가 인상 또한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시장의 강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경우 브렌트유가 올 연말 배럴 당 9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페인트는 산업의 특성상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판매 가격에 바로 전가하는 게 비교적 어려운 곳”이라면서 “관련 시장 움직임을 더 살펴본 뒤 가격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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