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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처리만 외친 무능한 與…결국 이재명 "전국민 지원금 철회"

여론수용해 기존 입장서 물러서서

"자영업자 시급히 지원"주장도

'전략적 후퇴'…합리성 내세울 찬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정당쇄신, 정치개혁 의원모임' 간담회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권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지원 대상과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사실상 철회했다. 지난달 29일 공식 제안한 지 20일 만이다. 집권 여당이 정부 부처인 기획재정부를 향해 국정조사까지 압박하며 밀어붙였지만 악화하는 여론 앞에서 결국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 후보는 “당장 여야 합의가 가능한 것부터 시행하자”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를 시급히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이 후보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야당이 지급에 반대하고 정부도 신규 비목 설치 등 예산 구조상의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아쉽다. 그러나 각자의 주장으로 다툴 여유가 없다”고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재원과 관련해서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7월 이후 추가 세수가 19조 원이라고 한다.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즉시 지원할 것은 신속히 집행하고 내년 예산에 반영할 것은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 100일 내에 지급하기로 한 손실보상 50조 원 공약을 언급한 뒤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며 여야 합의를 촉구했다. 그는 “빚 내서 하자는 게 아니니 정부도 동의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야당의 반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자신의 브랜드인 기본소득을 부각하기 위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무리수를 뒀지만 여론 악화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오히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정부·野 반대에 막힌 '이재명표 지원금'…편든 與도 타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전격적으로 전 국민 일상 회복 지원금을 철회한 배경은 현행법하에서는 방법도 재원도 없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올해 19조 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하고 여당에서 몰아세운들 국가재정법과 국세징수법을 위반하지 않고서는 내년 초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부 동의 없이는 지원금이라는 신규 비목 설치도 할 수 없다.

특히 코로나19 초기였던 지난해와 달리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인 데다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지 보름 이상 지나도록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자 국면 전환이 필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대선 후보의 ‘하명 예산’을 확보하려던 집권 여당은 깊은 상처가 남았다는 평가다. 야당은 지원금 철회에 “‘아쉽다’보다는 사과가 먼저”라며 꼬집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정당쇄신, 정치개혁 의원모임' 간담회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권욱 기자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서 재난지원금의 설득 논리를 “마스크를 계속 쓰면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KF94 마스크가 (하나에) 500원이니 (500일을 쓰면) 25만 원 정도 된다”며 지원금 강행을 주장했다. 전례가 없는 세금 징수를 미루는 방식으로 재원을 확보해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꼼수’까지 내놓았다. 심지어 국정 운영의 파트너인 기획재정부가 올해 19조 원의 초과 세수를 ‘10조 원대’로 고의 축소했다며 국정 조사로 압박까지 했다.

강한 여당의 의지와 달리 민심은 싸늘했다. 지난 6~7일 SBS·넥스트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후보의 추가 재난지원금 제안에 39.1%가 ‘추가 지급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선별 지급(35.3%)’과 합치면 응답자 74.4%가 ‘이재명표 재난지원금’을 거부한 셈이다. 같은 날 실시된 한국경제·입소스 조사에서도 77.3%가 반대했다. 지난해 4월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추진됐을 때 찬성(58.2%)이 반대(36.6%)를 압도(리얼미터 조사)했던 것과 180도 바뀐 상황이 이 후보를 도리어 압박했다.



與가 정부부처 기재부 국조까지 압박해도…싸늘한 민심


당정 충돌이 격화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갔다. 여당의 겁박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7일 “당 측에서 정부의 고의성을 언급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재정 원칙과 기준을 견지하는 점은 기본 소명”이라고 반박했다. 야당도 정부와 같은 스탠스를 취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세입으로 추진하는 것이어서 내년도 예산안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선거용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이날 윤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초과 세수 19조 원을 쌈짓돈처럼 대선 자금으로 쓰려는 민주당 모습은 안타깝다”며 “혈세를 대선 자금으로 쓰겠다는 발상에 어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 국민 지원금 충돌은 일단락됐지만 내년 본예산 심의는 여전히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이 후보가 재난지원금을 양보하며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는 올해 총액(21조 원)보다 더 발행해야 한다. 소상공인 손실 보상의 하한액(현재 10만 원)도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콕 찍어 내세운 만큼 정부도 본예산에 예상보다 많은 재정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역화폐 증액·손실보상 하한액 상향…또 다른 뇌관


정부는 오는 23일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어 손실 보상 대상이 아닌 관광·여행·숙박 등의 업종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세부 초과 세수 활용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방으로 내리는 7조 6,000억 원을 제외한 12조 4,000억 원 중 손실 보상 증액과 그 외 자영업자 지원에 당초 계획한 2조 4,000억 원보다 크게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과의 추가 마찰을 피하기 위해 올해 국가 채무 상환 방안을 미룰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전 국민 지원금 지급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는 추후에 검토해도 된다”고 여운을 남겼다. 국회에서 본예산을 처리한 뒤 내년 세계잉여금을 연초에 쓰는 방식을 동원해 빠르게 추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론이 반기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인이 여론을 끌고 갈 수는 없다”며 “지지율 반등도 어렵고 자신의 대표 공약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고집을 부릴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지난해 총선 당시에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상당한 효과를 봤지만 상황이 바뀐 게 아니냐”며 “대선 후보 공약을 이행하려고만 했던 여당으로서는 타격이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부인 김혜경 여사가 18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을 관람하며 관중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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