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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주장대로 기재부서 '예산' 떼면..."재정 정치화 기름 부을수도"

정부 조직개편 추진 우려 목소리

국무총리 산하 이관 우선 거론

민주적 통제 강화 필요 근거로

"美처럼 선출직에 넘겨야" 주장도

'표심'이 재정 좌우땐 곳간 거덜

"입바른 소리 사라질 것" 경고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정당쇄신, 정치개혁 의원모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공과대학에서 열린 제16차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여권의 재정 당국 개편에 대한 압박이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두고 벌인 기 싸움 끝에 여론에 밀려 한 발 물러서면서도 “예산 기능을 선출직에 맡겨야 한다”며 기획재정부를 겨냥했다. ‘룰’보다는 표심에 따라 나라 살림을 꾸리자는 것인데 자칫 무분별한 확장 재정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9일 정치권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여권의 정부 조직 개편 밑그림은 기획과 예산 업무를 총괄하던 기재부에서 예산 업무를 분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지난 2008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하면서 탄생한 기재부는 예산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쥐고 있다. 이 후보와 여권은 이를 다시 떼어내겠다는 것이다.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며 수차례 기재부와 각을 세워온 이 후보는 지난 17일에도 “예산을 갖고 다른 부처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제한하려면 기재부로부터 예산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여당의 기재부 쪼개기 논리는 과도한 기능의 집중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정책 심포지엄에서 “기재부의 정책 기획, 예산 편성, 성과 평가 기능을 분리해 청와대국민행복부 등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떼어낸 조직을 어느 곳에 둘지를 두고 우선 거론되는 것은 국무총리 산하로의 이관이다. 앞서 이 후보의 싱크탱크인 ‘대한민국의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포럼’은 지난달 토론회에서 예산 기능을 총리실 산하로 두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청와대 산하로 두자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백악관 내에 예산실을 두고 있고 의회가 실질적으로 예산을 짠다”면서 “(우리도) 예산 편성권과 같은 경우는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공직자가 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른바 ‘정무직’ 공무원이 쥐고 있던 예산 편성권을 ‘선출직’에 넘겨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후보와 여당의 논리에 대해 권한을 견제할 장치 없이 정치 이슈에 따라 예산이 편성되는 ‘예산의 정치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 건전성 등 나라 살림 관리보다는 선심성 정책을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여당을 중심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미 나라 살림에는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올해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보면 국내총생산(GDP)의 6.2%에 달하는 126조 원이고 국가 채무는 내년에 1,0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당정이 벌인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 재정 당국의 목소리는 묻히기 일쑤였다”면서 “예산 권한을 쥐고 있는 지금도 이런데 선출직에 기능을 내준다면 입바른 소리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사례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 씀씀이를 통제하는 각종 규정을 둔 미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 재정준칙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부 예산은 지출 의무와 규모가 정해지는 의무 지출과 정부의 필요에 따라 조정 가능한 재량 지출로 나뉘는데 의무 지출에는 ‘페이고(지출을 늘리는 법안을 발의할 때 세입 증가나 다른 지출 감소 등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제도) 준칙’을, 재량 지출에는 ‘지출 제한 준칙’을 두고 있다. 김동수 고려대 석좌교수는 “예산 당국이 지나치게 과도한 권한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면서도 “그렇다고 대통령 같은 선출직이 자기 의도대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게 한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선출직 아래 예산 권한을 두자는 정치권 논의와 별개로 기재부의 기능 개편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전처럼 기획예산처가 ‘건전 재정’을, 재정부가 ‘경제 혁신’을 각기 목표로 했을 때는 상호 견제가 가능했는데 통합 이후 둘의 견제가 무너지면서 정책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쪽에서 혁신안을 제시하면 다른 쪽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예산을 내놓는 게 수순이었다”면서 “현재는 예산의 권한이 비대해지면서 일단 돈이 나가는 일이라면 덮어두고 피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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