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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 닮아 애틋한, 매화 피었네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이른 봄 늦은 겨울'

매화 소재 삶의 희로애락 담은 가무극

줄거리 중심 서사극과는 또 다른 무대

춤·음악·시각예술 더해져 한폭의 그림

서울예술단의 ‘이른 봄 늦은 겨울’/사진=서울예술단




꽃의 일생 표현한 몸짓에 몽환적인 음악과 생동하는 미디어 아트가 더해졌다. 무대 위엔 생과 사, 사랑과 이별, 기쁨과 슬픔이란 인간사가 그려진다. 그렇게 우리 삶 닮은, 아름답고 애틋한 매화가 피었다 진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이른 봄 늦은 겨울’을 통해.

2015년 초연 후 6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이 작품은 매화를 소재로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다양한 순간을 펼쳐낸다. 매화를 보며 먼저 세상 뜬 남편을 추억하는 노파, 거친 설산에서 홀린 듯 매화의 환영과 마주하는 산악인, 정인(情人)을 매화에 투영해 살아가는 도공, 꽃 피우기도 전에 스러져 간 나무… 매화와 관련된 각기 다른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펼쳐진다. 하나의 줄거리를 중심으로 응집된 기존의 서사극과는 사뭇 다르다. ‘주인공’이라 할만한 캐릭터가 없고 다양한 순간 순간이 대사보다는 춤과 노래, 내레이션으로 전개된다. ‘가무극’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작가는 의도적으로 “느슨하고 빈자리 많게” 글을 썼다. 말을 설명하고 따라가느라 춤과 음악이 제 색(色)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글이 내준 자리엔 배우들의 단아하고 절제된 몸짓과 음악이 들어와 한 폭의 그림 같은 무대를 완성한다. 의상·분장과 달항아리 백자·매화나무·우산 등의 소품은 모두 ‘흰색’을 강조했는데, 이를 통해 겨울을 이겨낸 지조의 상징이자 단아하고 강인한 매화의 이미지가 시각적으로 드러난다. 여기에 대형 이동 벽면 위로 투사되는 매화 영상과 패턴은 작품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북돋운다. 고운 자태와 향기에 흠뻑 취해 있다 보면 이내 져 흩날리는 꽃잎에 마음 한구석이 시려 온다. 특히 3장에서는 ‘조매(早梅·일찍 져버린 매화나무)’의 은유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담은 안무가 어우러져 가슴 먹먹한 장면을 연출한다.

‘오래 있지도 못하고 오래 머물지도 못하고 잠깐 왔다 가는 것들, 잠깐 반짝이다 돌아보면 사라지는 우리 인생.’(극 중 대사) 이른 봄, 늦은 겨울 아주 잠깐 피었다 가는 매화의 생은 아름다우면서도 서글프고, 그래서 더 찬란한지도 모르겠다. 묵직한 감동과 여운 가득한 이 무대는 오는 2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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