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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재배면적 급감·비료품귀까지...내년 '밥상물가 대란' 온다

[눈 앞에 닥친 식량안보 위기]<상>원자재·노동력·공급망 '식량난 3중고'

요소·칼륨 등 가격 급등...전세계 농산물 생산 감소 가능성

코로나로 외국인 노동자 입국 막혀 농촌 일손부족도 심각

수입 곡물값 10% 뛰면 물가 0.39%↑...취약층에 더 피해

21일 오전 서울 양재 하나로마트에서 시민들이 김장용 절임 배추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새벽 1시부터 줄 선 시민들로 이날 판매 물량인 1,000박스는 판매 50분 만인 오전 8시 50분에 매진됐다. 가을배추 가격은 재배 면적이 줄어든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인건비 상승, 요소수와 유가 급등으로 인상된 운송비, 수입 물량 감소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발 요소 대란이 내년도 밥상물가 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보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요소비료를 충분히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국제 비료 원자재 가격이 올라 비료 값 인상이 불가피한 데다 수입 농산물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붕괴, 노동력 부족은 밥상물가를 자극하며 취약 계층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국제 에너지·농업·기상 데이터 업체 DTN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요소 가격은 톤당 832달러로 1개월 전(719달러)보다 15.7%, 1년 전(358달러)보다 232% 올랐다. 요소와 함께 3대 비료 원자재로 꼽히는 칼륨과 인산 가격 역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11월 둘째 주 칼륨 가격은 톤당 762달러로 1개월 전(710달러) 대비 7.3%, 1년 전(333달러) 대비 229% 비싸다. 인산암모늄(DAP) 가격 또한 821달러로 전년 대비 80.8% 오른 상태다.

국제적인 요소 대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내년 초까지 활용할 요소비료는 충분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동계 작물 재배용 요소 특별 공급 물량 1,810톤이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고 다음 달부터는 그 외 지역에도 370톤이 배정된다. 최근 남해화학 등 비료 업체가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통해 11만 4,700톤의 요소비료를 계약하기도 했다.

문제는 요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료 가격 인상이다. 남해화학의 모회사인 농협경제지주는 이미 지난 8월 무기질비료 농업인 판매 가격을 1만 681원에서 1만 1,681원으로 9.4% 인상했다. 요소·칼륨·인산 등 3대 비료 원자재 가격이 당시보다 더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비료 가격 인상 압력은 더 커졌다. 농협이 최근 요소 등 원자재 가격 반영 주기를 연간에서 분기로 단축해 비료 가격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농민들에게는 부담이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료 품귀 현상으로 애그플레이션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일 북미 비료가격지수는 쇼트톤(907.2㎏)당 1,107.33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1개월 전(1,013.7달러)과 비교해 9.2%, 3개월 전(721.46달러)과 비교해서는 무려 53.5% 오른 수치다. 미국의 비료 회사 CF인더스트리스는 “최소 오는 2023년까지 국제적으로 강한 비료 수요가 이어져 비료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며 “비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내년도 전 세계 곡물 수확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비료 등 농산물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기후변화로 생산 자체가 줄고 있는 우리나라에 큰 타격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10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3.2포인트로 전달 대비 3.0%, 전년 대비 31.3% 올라 2011년 7월(133.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중 국제곡물가격지수는 137.1로 한 달 새 3.2포인트 올랐고 유지류가격지수도 9.6% 상승한 184.8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국제 식량 가격 상승세는 국내 수입 가격에도 즉각 반영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9월 농산물 수입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7% 올랐고 특히 그중 곡물류 수입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2% 상승했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입 곡물 가격이 10%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0.39% 오르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식품 가격 상승으로 취약 계층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9월 축산물 수입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4% 오른 134.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등으로 농촌에서 일손 부족 문제가 심화하는 점도 농산물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배 면적을 줄이고 농업 외 소득을 늘리려는 농민들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7만~10만 원이던 농촌 일당은 최근 17만~20만 원으로 약 2배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농촌 고령화와 함께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막힌 점이 영향을 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E9(비전문취업)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는 6,688명으로 전년(5만 1,365명)의 13%에 불과했다. 올 1~3월 입국자도 1,412명뿐이다.

최근 마늘 등 채소 가격의 급등도 일손 부족으로 재배 면적이 감소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곪을 대로 곪은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터지고 있다”며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고통을 감내하고 일하는 농가들의 문제부터 해결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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