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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코' 슈라이어 "실패 용인 문화가 기아 디자인 성공비결"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그룹 사장 인터뷰

전기차만의 플랫폼으로 새 배치 준비

정의선 회장 내 철학 잘 이해해줘

디자인팀 패배주의 깨며 문화 바꿔

다양한 차급서 다양한 전기차 출시

현대자동차그룹 디자인 최고 책임자인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24일 서울 한 호텔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있다./사진 제공=현대차그룹




“전기차는 슈퍼 찬스입니다. 현대차·기아가 새 시대를 열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인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2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시대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미 한국의 거리를 질주하고 있는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를 거론하며 “한국은 이미 유럽이나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슈라이어 사장은 기아를 세계적인 완성차 브랜드로 올려 놓은 일등 공신이다. 독일 바이에른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아우디와 폭스바겐에서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일한 그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제안으로 지난 2006년 기아에 입사했다. 그 이후 ‘타이거 노즈’라는 기아의 디자인 정체성을 만들고 K5·스팅어·레이 등 굵직한 히트작들을 배출했다. ‘디자인은 기아(Design by Kia)’ 슬로건을 탄생시킨 그는 새로운 전기차 시대를 겨냥하고 있다.

슈라이어 사장은 “전기차는 디자인과 공학 측면에서 많은 도전과 가능성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엔진과 트랜스미션·호스파이프 등 전기차에서 사라지는 부품을 거론하며 “전기차만의 플랫폼 덕분에 완전히 새로운 배치를 상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내연기관차 제조 역사가 긴 독일과 미국 등 전통 자동차 강국보다 한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치고 나갈 저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과 한국에서 모두 근무해본 그는 “독일은 기존의 방식을 보존하고, 한 발짝씩 나아가고,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디자인을 만드는 반면 한국은 혁신을 추구하고 빠르게 전진하는 특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 디자인의 특징은 이 두 측면을 모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며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슈라이어 사장에게 영감을 주는 멘토다. 슈라이어 사장은 “정 회장이 혁신을 강하게 추진하고 지원하는 것은 현대차의 강점”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정 회장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데 굉장히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고 나의 디자인 철학을 잘 이해해준다”고 설명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단순한 디자이너를 넘어 현대차그룹의 회사 문화를 바꾸고 있다. 그는 사내에서 ‘디자이너의 디자이너’로 불린다. 디자이너가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그는 최근 출간한 책 ‘디자인 너머’를 통해 2006년 입사 당시 현대차 디자인 팀의 혁신 의지를 북돋운 사례를 소개했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새 아이디어 제안을 꺼리던 디자이너들에게 ‘실패해도 된다’는 여유를 줬다. 딱딱하고 경직된 사무실 문화도 편안하게 개선했다.

그는 “젊은 디자이너는 편안한 마음으로 디자인에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평소 자신의 디자인을 설명할 때 온몸을 이용한다는 그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도 농구공을 주고 받는 몸짓으로 풀어냈다. 그는 “농구는 경직된 스포츠가 아니라 춤을 추듯 역동적이어야 한다. 디자인도 그래야 한다”고 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32년 일한 슈라이어 사장은 “아직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고, 그래서 내 삶이 풍부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전기차 시대가 가져올 ‘디자인의 다양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자동차 형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며 “나는 다양한 차급에서 더 다양한 차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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