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2배나 높은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신규 확진이 급증해 유럽 국가들이 국가 간 이동을 다시 제한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해 국제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영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나미비아·보츠와나 등 아프리카 6개국에 대한 항공편을 중단하고 나섰다. 이번 신종 변이가 가뜩이나 재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에 기름을 끼얹을 경우 글로벌 경제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전파 유발 ‘스파이크’ 30개 넘어
세계보건기구(WHO)는 26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아프리카발(發) 신종 변이를 ‘주요(우려) 변이’로 지정할지를 논의했다. WHO는 위험도가 높은 변이를 ‘주요 변이’, 이보다 낮은 단계는 ‘기타(관심) 변이’로 구분하고 있다. WHO는 올해 상반기 델타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자 주요 변이로 지정한 바 있다.
현재 ‘B.1.1.529’로 불리는 신종 변이는 아직 정식 명칭도 정해지지 않았다. WHO는 이 신종 변이에 그리스 알파벳인 ‘ν(Nu·누)’라는 코드명을 붙인 상태다. 신종 ‘누’ 변이의 가장 큰 특징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표면에 뾰족하게 돋은 단백질 돌기)가 30개가 넘는다는 것이다. 델타 변이의 스파이크는 16개 수준이다.
스파이크는 숙주 세포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침투하는데 이 과정에서 스파이크가 세포를 여는 일종의 열쇠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스파이크가 전파력을 결정한다. 신종 변이의 스파이크 수가 델타 변이의 2배가량 된다는 얘기는 전파력이 2배 가까이 크다는 뜻이다. 그간 델타 변이가 지금까지 알려진 변이 가운데 전파력이 가장 높은 변종이었는데 이보다 더 강력한 변이가 등장했다는 의미다.
남아공 등 아프리카서 감염자 급증
감염병 전문가인 라비 굽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신종 변이는 전파력이나 (인체) 침투력 모두 다른 변이들보다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다만 신종 변이의 실제 위험성이 우려보다 낮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11일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최초 감염자가 나온 이래 현재 남아공 약 100명, 보츠와나 4명 등 주로 아프리카 지역에 감염자가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종 변이가 지금까지 나온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내놓고 있다. 현재 백신이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맞게 만들어진 만큼 신종 변이는 막지 못한다는 취지다.
신종 변이 출현으로 다시 국경을 걸어 잠그는 사례도 생겨났다. 영국 정부는 이날 보츠와나·남아공을 포함해 남아프리카 6개국을 입국 금지 대상인 적색 국가 목록에 올렸다.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싱가포르도 아프리카 출발 항공편을 일시 입국 금지하는 등 빗장을 걸어 잠그는 나라가 속속 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홍콩에서도 신종 변이 감염자 2명이 확인된 만큼 신종 변이가 이미 퍼지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코로나 재유행’ 유럽, 속속 봉쇄 조치
신종 변이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현재는 유럽 각국이 다시 입국 제한 조치를 서두르는 상황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최대 1만 명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19가 재유행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WHO에 따르면 이달 15~21일 유럽에서 보고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43만 명이며 이는 전체 확진자의 70%에 육박하는 수치다.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3명 가운데 2명이 유럽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오스트리아에서는 다음 달 13일까지 업무와 학업·가족과 관련된 사유가 없으면 관광객 입국이 허용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자 이달 22일부터 20일 동안 전면적인 봉쇄 조치를 재개한 바 있다.
프랑스 정부도 이날 국경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독일은 21일부터 코로나19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벨기에·아일랜드·그리스 등에서 오는 여행객 중 백신 미접종자는 최대 10일까지 자가격리를 요구하고 있다. 북아프리카 국가들도 유럽에 대해 입국 통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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