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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삼전 임원, 40대 CEO? 능력만 있다면 OK” [뒷북비즈]

■이재용, 실리콘밸리식 인사혁신 단행…뉴삼성 조직만들기 스타트

이재용, 조직 구성에 대한 임직원 의견 경청

부사장 전무, 부사장으로 통합

승격위한 체류기간 폐지해 연공서열 없애

승격세션 통해 젊은 인재 빠른 승진 가능

거점오피스 육휴연착륙 위한 지원제도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오후 열흘 간의 미국 출장길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최종 발표했다./이호재 기자




“인재들이 주인 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 가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해 5월 무노조 경영·경영권 승계 포기 등 대국민 입장 발표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삼성전자가 나아갈 길을 뚜렷이 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 6개월이 흐른 지금, 삼성전자는 이재용의 ‘뉴삼성’을 구현하기 위한 군살 없는 효율적 조직 만들기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29일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임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 내린 방안이다. 삼성전자는 조직 내부에 여전히 남아 있는 연공서열의 흔적인 ‘직급별 체류 기간’을 폐지했다. 기존에는 입사 이후 총 4단계로 구분된 커리어레벨(CL)을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8~10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했지만 더는 ‘시간의 벽’이 존재하지 않게 됐다. 대신 ‘승격 세션’을 통해 소속 팀장과 보직장이 특정 직원의 성과와 전문성을 다각도로 검증해 우수 인력이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대졸 신입을 기준으로 과장급 진급까지 기존에는 8년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2년 만에 가능하다. 만약 만 27세에 입사한 대졸 신입 남성이라면 만 29세에 과장, 만 32세에 부장을 달 수 있다. “30대 임원, 40대 최고경영자(CEO)도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앞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에서 진대제·황창규 전 사장 등이 40대에 특정 사업부를 이끄는 사장 자리에 오른 전례는 있지만 전사 CEO로 발탁된 적은 없었다.

‘직급이 아닌 성과로 직원을 바라보겠다’는 삼성전자의 각오는 회사 인트라넷에 표기된 직급과 사번 정보를 삭제하고 매년 3월에 진행하던 공식 승격자 발표도 폐지하기로 한 결정에서 드러난다. 직원의 직급은 본인과 부서장만 알 수 있도록 배려해 ‘계급장’을 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조직 내 잡음을 최소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임원 직급도 과거 부사장, 전무로 나뉘어 있던 것을 부사장으로 전격 통합해 슬림한 조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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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성과주의를 내세운 인사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임직원들이 공감하는 평가 프로세스가 전제돼야 한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답으로 엄격한 상대평가로 진행했던 고과평가의 틀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이는 일부 핵심 부서는 고성과자들이 몰려 있어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반영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대신 고성과자에 대한 인정과 동기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한 10% 이내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또한 인사권자인 부서장 한 명에 의해 이뤄지는 기존 평가 프로세스가 단편적일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개인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동료평가(피어리뷰)’를 시범 도입한다. 이 제도는 내년 일부 조직을 대상으로 도입한 뒤 임직원 의견을 수렴해 오는 2023년부터 공식 운영에 들어간다.

창업주 고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부터 강조했던 인재 제일 철학도 이번 인사제도 혁신에서 빛을 발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여성 임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산업은 물론 직장·가정 생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바꿔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약속대로 삼성전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직원이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발판도 확충했다.

육아휴직자가 복직 시 연착륙할 수 있는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재택근무와 사옥 출근의 장점을 취한 거점오피스제도를 도입하고 카페·도서관형 사내 자율근무존을 마련해 언제 어디서나 업무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울러 국내·해외법인의 우수 인력이 일정 기간 상호 교환근무를 실시하는 ‘STEP제도’, 동일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타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공식 부여하는 ‘사내FA제도’도 도입해 혁신의 저변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제도 혁신은 뉴삼성에 걸맞은 조직을 만들기 위한 시도”라며 “임직원들이 업무에 더욱 자율적으로 몰입할 수 있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미래지향적 조직 문화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남 부회장 등 삼두마차 유임에 무게…임원 승진폭은 클 듯

팬데믹 불확실성에 부문장 교체는 없을 듯

사상 최대 실적 등 성과보상도 고려해

파운드리AI 분야 발탁인사 가능성

이번 주 예정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재 직함을 유지하고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부회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 부문 사장으로 이뤄진 대표이사 3인 체제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불확실성이 큰 대외 환경을 고려해 수뇌부는 ‘안정’에 방점을 찍되 임원 인사는 성과 보상과 미래 준비라는 일관된 철학에 따라 지난해처럼 대규모 승진·발탁이 예상된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 달 1일과 3일 각각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이번 인사에서 이 부회장의 승진은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말 정기 인사에서 승진해 지금까지 현재 직급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와 SK·LG 등 다른 주요 그룹 총수가 모두 회장으로 있는 만큼 이 부회장도 ‘뉴삼성’에 걸맞은 지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현재 가석방 상태에 취업제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 사면 같은 변화가 생기기 전까지 상징적인 의미만 지닌 회장 승진은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제52주년 창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 제공=삼성전자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대표도 자리를 지킬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 74조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연간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했다. 이 같은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 보상’과 더불어 미중 갈등, 코로나19 재확산 같은 불확실성 높은 대외 변수를 고려해 3인 대표 체제를 무리하게 흔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단행된 LG그룹 인사에서도 실적 개선과 대외 불안을 이유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이 유임됐는데 삼성 역시 환경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부문장 바로 밑에 있는 주요 사장급 사업부장 다수가 최근 1~2년 교체된 점도 이 같은 주장을 지지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년과 다르게 임원급 하마평조차 들리지 않고 조용하다”며 지휘부 교체가 크지 않을 것 같다는 분위기에 힘을 실었다.

다만 임원 인사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실적 호조에 따른 대규모 승진·발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 확장 등으로 덩치가 계속 커지는 반도체 부문과 주요 육성 사업으로 꼽은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AI)과 로봇 분야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심이 인사에서 그대로 드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이날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나이와 연공서열 등과 무관한 능력 위주의 임원 등용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 것처럼 전문 인력 중심의 40대 젊은 임원도 대거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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