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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반도체는 인천 통해 나간다"…인천 반도체人 후공정 '도원결의'

9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 반도체 포럼 출범식에서 최리노 인하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사진=강해령 기자




"세상의 많은 반도체가 인천을 통해 나가고 있습니다."

최리노 인하대 교수는 지난 9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반도체포럼' 출범식 기조 연설 행사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최 교수가 이렇게 밝힌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인천은 반도체 '후(後)공정' 인프라가 상당히 잘 갖춰진 도시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크게 전(前)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뉜다. 전기 신호 스위치 역할을 하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웨이퍼 위에 만드는 과정이 전공정이고, 완성된 웨이퍼를 자르고 포장하면서 배선을 빼내는 과정을 후공정으로 일컫는다. '패키징', 'OSAT', 백엔드'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인천 스태츠칩팩코리아 전경./사진 제공=스태츠칩팩코리아


인천에는 세계 반도체 후공정 업계 2, 3위를 달리고 있는 앰코테크놀로지, 스태츠칩팩 등 굴지의 후공정 회사가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말 그대로 인천에서 후공정을 끝낸 '완성'된 칩이 비행기와 선박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것이다.

글로벌 후공정 업체는 물론 생산 라인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도 많다. 웨이퍼를 다이 모양으로 정교하게 잘라내는 장비를 만드는 한미반도체, 칩 상태를 검사하는 장비를 잘 만드는 제너셈 등은 세계적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최 교수는 “인천 수출 1위 품목이 반도체 제품이고, 공항과 항만 등 인프라 뿐만 아니라 인하대·인천대 등 우수한 대학과 연구소, 1300여개 중소기업이 인프라를 구성한다"며 "반도체 입지가 인천만큼 강한 곳이 드물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전쟁 심화와 반도체 후공정 중요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인천에게 기회다. 최근 관련 업계에서는 '이종접합(Heterogeneous Integration)' 기술이 유행이다.



트랜지스터 소형화로 집적도를 높이는 전공정 기술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서로 다른 종류의 칩(다이)을 정교하게 결합하는 접합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TSMC 하이브리드 본딩을 활용한 ‘SoIC’ 후공정 기술(왼쪽)과 기존 마이크로 범프를 활용한 후공정 기술 차이./사진=TSMC


최근 대만 파운드리 TSMC가 칩 결합 시 틈을 최소화하는 공정인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로 굴지의 반도체 고객사를 유혹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공정은 전공정만큼이나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후공정 기술 고도화를 먼저 해낸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하이브리드 본딩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최 교수는 인천이 이미 갖춰 놓은 후공정 인프라, 기업 및 연구기관 간 협력 연구로 첨단 패키징 기술들을 충분히 구현해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하이브리드 본딩을 구현하려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화학기계연마(CMP) 장비, 검사 장비 등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후공정 업체와 장비 업체간 협력이 인천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앰코테크놀로지 인천 공장./사진 제공=앰코테크놀로지


다만 그는 인천의 인프라와 잠재력을 이끌어줄 수 있도록 민관 협력과 반도체 산업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K-반도체 전략에서 인천 지역이 배제된 점, 인력 양성 시스템 부족과 전담 조직 부재는 인천 반도체 산업의 약점이자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에 조직된 인천 반도체 포럼에서 펀드 조성, 관련 정책 제정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참고 모델로 최근 삼성전자가 신규 파운드리 투자를 발표한 미국 텍사스 주 사례를 들었다. 1987년 당시 일본의 반도체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텍사스 주는 세마텍(SEMATECH)이라는 반도체 컨소시엄을 유치, 각종 정책 지원과 텍사스대 등 교육 거점에서 인력 육성을 시작했다. 그 결과 텍사스 오스틴 시 일대는 실리콘 '힐즈'로 거듭나 지금은 삼성전자 반도체 팹, 애플, 테슬라 등 굴지의 칩 회사들이 이곳에서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최 교수는 "세마텍 사례처럼 인천 반도체 발전을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하고, 산·학·연이 정부와 협력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출범한 인천 반도체 포럼은 24개 반도체 업체와 산·학·연·관 29개 기관이 참여했다. 이춘흥 스태츠칩팩코리아 글로벌 CTO가 인천 반도체 포럼 초대 회장을 맡는다. 이날 열린 첫 포럼 행사에는 박남춘 인천시장, 조명우 인하대 총장(포럼 준비위원장) 등이 참석해 포럼 출범을 격려했다.

이 회장은 "인천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인천 반도체 포럼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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