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의 인수 및 협력 소식에 일부 암호화폐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호재가 전해지면서 코인 가격이 폭등했다가 이후 입장 번복으로 인해 다시 하락하는 등 단기 급등락을 반복하는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날까’하는 심리로 추격 매수에 나섰다가 극심한 변동폭에 결국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명확하지 않은 투자 정보에 따른 암호화폐 시장의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과 제도권의 접점의 늘면서 이 같은 혼란은 점점 더 늘어나는 모습이다. 카카오의 인수소식이 전해졌던 ‘휴먼스케이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 11월 18일 휴먼스케이프(HUM) 가격은 삽시간에 200% 이상 급등했다가 다시 반토막 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카카오 인수설 보도 직후 600원에서 1,200원 대까지 급등했던 HUM은 카카오 측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긋자 삽시간에 500원 대로 폭락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카카오가 휴먼스케이프 지분의 20%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HUM은 다시 한 번 크게 급등했다. 계속 되는 입장 번복에 변동폭만 키운 셈이다.
또 다른 암호화폐 밀크(MLK)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카카오의 밀크 플랫폼 인수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발단이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MLK는 곧장 30% 이상 폭등했다. 그러나 밀크 측이 인수설을 정면 부인하면서 MLK는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하지만 밀크 측에서 인수설 진화에 나섰음에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인수가 이뤄질 것이란 데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앞서 카카오가 초기 입장과 달리 휴먼스케이프에 투자를 단행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날까’ 하는 심리로 추격 매수에 나섰다가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제대로 된 공시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지라시’ 정보에 휘둘리기 쉬운 탓이다. 한 암호화폐 투자자는 “코인은 믿을 만한 투자 정보가 워낙 제한적이다 보니 호재 소식을 듣고 무조건적으로 매수한 건 맞다”면서도 "결국엔 사실이었으면서 여러 번 입장을 번복하는 바람에 크게 손실을 봤다”고 하소연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호재성 소식을 이용해 시세를 조종한 것이 아니냔 의심이 커지고 있다. 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급등락세를 연출했던 휴먼스케이프의 경우 거래량 없이 가격만 상승했다”며 “시세 조종 세력이 개입된 것이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호재를 이용하면 마켓메이킹(가격 조종)에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고 덧붙였다. 인수·협력설 등 호재성 소식이 퍼지면 급등세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일제히 몰려 가격 조종에 필요한 자금이 적어진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암호화폐 시장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독 기구를 설립해 적극적인 투자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 공백이 투자자들을 혼란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시세 조종 등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차앤권 법률사무소의 권오훈 변호사는 “주식 시장에서 일어나는 시세 조종 행위는 징역형에도 처할 수 있지만 암호화폐의 경우 법적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자와 사업자 간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도록 가상자산업권법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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