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며 내년 상반기 코스피 입성을 예고했다. 최근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데다 대규모 투자 자금 조달의 필요성도 어느 때보다 높아 심사 청구를 계기로 상장 일정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가 10조 원으로 평가되는 현대오일뱅크까지 공식적인 상장 일정에 돌입하면서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둘러싼 투자 열기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본지 12월 2일자 21면 참조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이날 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다. 경영 안정성과 투명성, 투자자 보호 관련 내용 등 상장사 자격을 갖췄는지 평가받는 단계다. 지난 2012년과 2018년 상장 예비 심사 청구에도 결국 상장이 좌초된 것과 달리 이번에는 호실적을 앞세워 상장 일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내년 2월 경 심사 결과가 나오는데 올해 실적을 가지고 3~4월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상반기 증시에 입성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IB업계가 보는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몸값은 10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만 해도 영업 적자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었지만 올 해 영업이익 1조 원 클럽 복귀를 예고하는 등 극적인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고유가 추세에 3·4분기까지 연결 기준 매출 14조 6,621억 원, 영업이익 8,516억 원을 거뒀는데 지난해 실적은 매출 13조 6,899억 원, 영업적자 5,933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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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아람코에 지분 17% 넘길 당시 기업가치가 8조 1,000억 원으로 평가된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부 투자금 회수 가능성과 신주 모집 등을 고려하면 10조 원 안 팎의 몸 값을 인정 받을 것이란 기대다.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는 현대중공업지주(267250)로 지분율은 74%다. 한 IB 관계자는 “아람코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2019년 투자 유치 당시보다 높은 기업가치로 상장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친환경 신사업 추진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원유정제 사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가 내년 상반기 상장을 추진하면서 역대 최대 공모 규모를 보인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IPO 큰 장이 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코스피 신규 상장 기업 공모 금액은 약 17조 원으로 기존 최고 기록인 2010년 8조 8,000억 원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었는데 LG에너지솔루션(공모가 상단 기준 12조 7,500억 원)·현대엔지니어링(1조 2,100억 원)과 현대오일뱅크만 해도 올해와 비슷한 공모 규모를 상반기에 기록할 것이란 예측이다.
현대오일뱅크의 구체적인 공모 규모는 내년 3~4월 증권신고서 제출과 함께 드러날 예정이다. 이 밖에 e커머스 플랫폼 SSG와 마켓컬리·오아시스, CJ올리브영·SK쉴더스·원스토어 등도 내년 증시 입성을 노리고 있어 사상 처음으로 내년 한해 코스피 신규 상장 공모액이 20조 원을 넘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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