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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배양으로 만든 고기, '식량 위기'에서 인류 구할까

■[책꽂이]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체이스 퍼디 지음, 김영사 펴냄

인구 증가로 육류 수요 급증

기업형 축산농장 대거 등장에

동물 복지·환경 오염 등 문제

세포배양육 대안으로 떠올라

"가짜 고기" 축산계 반대에도

글로벌 큰손들 투자처로 주목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의 마크 포스트 교수가 2013년 실험실에서 만들어 대중에 처음 공개한 세포배양육.




하이퍼루프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20분 만에 출근하고, 아이들은 등교 대신 메타버스에 접속해 수업을 받는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이해하는 로봇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한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생활상이다. 상상 속에만 머물던 첨단 기술이 빠른 속도로 하나 둘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래 식탁엔 무엇이 올라오게 될까.

신간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원제 Billion dollar burger)’은 미래 단백질 공급원으로 주목 받고 있는 ‘세포배양육(cultured meat)’에 관한 책이다. 세포배양육의 탄생에서부터 과학자와 사업가들의 도전과 연구, 사회적 논란, 해결 과제 등을 다룬다. 저자는 미국의 식품·농업 분야 전문 저널리스트 체이스 퍼디다. 아직은 세포배양육이 인간의 먹거리 체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는 늘 인간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는 점에서 이제는 세포배양육에 제대로 주목해야 할 때라는 게 저자의 말이다.

지난 6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웨스트우드의 한 식품 매장에 쇠고기가 진열돼 있다. /AP연합뉴스


잔인한 기업형 동물농장, 이대로 괜찮나


먼저 저자는 육류 생산의 현실적 문제들을 지적한다. 산업혁명 이후 인구가 급증하면서 육류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게 기업형 동물농장이다. 쉽게 말하자면 닭은 케이지에, 소와 돼지는 비좁고 더러운 우리에 빽빽하게 갇혀 오로지 ‘고기’라는 식품이 되는 ‘도살의 순간’까지 살찌워진다. 동물 복지 관점에서 보면 이 같은 고기 생산 방식은 잔인함 그 자체다.

환경 오염, 기후 위기 측면에서도 동물 농장은 문제가 많다. 이미 유엔식량농업기구는 2006년 보고서에서 지구의 온실가스 총배출량 중 18%를 기업형 동물농장 시스템이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또 메탄 배출량의 37%, 이산화질소 배출량의 65%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관련 대기업들은 반발했지만 과학자들의 분석은 더 집요해졌다. 현재 과학자들은 대략 500㎏짜리 소 한 마리의 연간 메탄 배출량을 100㎏ 정도로 본다. 이는 자동차 한 대가 가솔린 870ℓ를 연소할 때 발생하는 양이다. 이 뿐이 아니다. 소고기 450g 생산에 필요한 사료가 2.7㎏다. 동물을 잡아 먹기 위해 인간이 먹어야 할 곡물을 동물의 입에 밀어 넣고 있다는 뜻이다. 사료 생산과 운송 비용은 또 어떤가. 이런 여러 고민에서 출발한 게 바로 세포배양육이다. 물론 고기 맛을 내는 식품이 있기는 하다. 콩고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고기 맛이 나는 식물성 식품일 뿐이다.



2019년 푸드테크 기업 멤피스미츠(Memphis Meats)가 선보인 닭고기 세포배양육 요리./AP연합뉴스


목축업자들, “세포배양육은 가짜고기”


이에 반해 세포배양육은 동물성 단백질과 다를 바 없다. 동물 세포를 소량을 떼어내 배양시켜 만든 고기다. 저자는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식탁 위에 있는 샐러리도, 스테이크도 ‘세포 덩어리’일 뿐이라고 말한다. 세포배양육은 콩고기와 달리 재래식 고기의 식감과 육즙, 맛 등을 꽤 생생하게 구현해낸다. 닭고기의 경우 결을 따라 찢어지기까지 한다. 세포배양육을 연구하는 과학자와 기업인들은 철저히 통제 된 환경에서 세포를 배양하기 때문에 노로바이러스나 살모넬라균 등의 위협에서도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동물의 고통에 기대지 않는 경제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문제는 비용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생산 비용이 낮아지고 있기는 하나 아직은 시장에서 재래식 고기와 경쟁하기엔 무리다.

게다가 세포배양육 제품은 현재 경제, 정치, 문화적으로 수용되는 데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육류 업계는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술자들을 인정할 생각이 없다. 소를 길러 고기를 생산하는 목축업자들은 세포배양육과 관련 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워싱턴 로비스트와 공룡 홍보회사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세포배양욱을 ‘가짜 고기(fake meat)’라고 부른다. 일부 과학자들은 세포배양육이 결국 동물 복제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인간의 신체에 특정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도 한다.



저자는 이 같은 논란을 다 짚어본 후에도 세포배양육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세계 인구가 2050년에 이르면 100억 명에 육박하고, 환경 파괴를 줄여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식량 부족에도 대비해야 하려면 세포배양육에 대한 관심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푸드테크 스타트업 저스트를 비롯해 이스라엘, 일본, 네덜란드 등의 세포배양육 연구기관과 기업들에게 글로벌 투자 ‘큰손’들이 계속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저자는 말한다.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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