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 KCGI의 한진칼(180640) 투자 지분 매각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당장 다음 달부터 펀드 만기가 줄줄이 다가오는 가운데 추가로 수익을 낼 여지가 줄면서 유한책임투자자(LP)의 동의로 펀드 기간을 연장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KCGI가 보유한 한진(002320)칼 지분을 시간 외로 대량 매도(블록딜)한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다만 최근 2년간 한진칼 주가가 크게 오른 한편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여파 부담이 커지면서 대규모 물량을 받아줄 투자자 찾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KCGI는 현재 8개의 SPC를 통해 한진칼 주식 1,162만 190주(17%)를 보유하고 있다. 각각 △그레이스홀딩스(752만 4,857주) △엠마홀딩스(160만 5,464주) △헬레나홀딩스(85만 4,257주) △디니즈홀딩스(54만 9,810주) △베티홀딩스(39만 2,333주) △캐트홀딩스(27만 2,089주) △캐롤라인홀딩스(21만 6,107주) △타코마앤코홀딩스(20만 5,273주) 등이다. 이날 한진칼 종가 5만 7,400원을 기준으로 약 667억 원에 이른다. 아직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은 신주인수권증권을 감안하면 지분은 8%를 넘어선다.
법원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엠마홀딩스(2022년 1월 30일)와 디니즈홀딩스(2022년 3월 13일), 캐트홀딩스(2022년 3월 26일), 캐롤라인홀딩스(2022년 3월 26일), 헬레나홀딩스(2023년 1월 10일)에 자금을 댄 펀드는 다음 달부터 만기를 앞두고 있다.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어 최대 2년까지 운용 기간 연장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청산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산업은행까지 합류하면서 추가적인 주가 상승 재료가 사라졌다”며 “자금 회수를 원하고 있지만 내년 대선이나 경제정책 등 시장의 상황 변수가 너무 많아 현재 5만~6만 원 대 주가로 한진칼 지분을 인수해줄 투자자 찾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당장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재무지표는 물론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회사의 지배구조가 계속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이달 중순 KCGI 제1호의1 사모투자 펀드의 만기를 한 차례 연장한 만큼 나머지 펀드들도 청산이 급하지 않다고 봤다. 강 대표는 “산업은행과 한진칼 경영권 변동 시에도 항공업 안정화 방안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주주 협약을 맺은 만큼 그간 지분 싸움에서 캐스팅보트였던 산은이 오너 일가 편을 들어줄 이유가 없어졌다”며 “우리에게 상황이 좋아진 만큼 매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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