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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 부동산 거품…저금리가 키웠나 공급 부족했나[뒷북경제]

집값 상승이 가계부채와 맞물려 금융 불균형 키워

부동산 거품 사상 최악인데 원인 분석은 엇갈려

국토硏 “2019년 7월 이후 금리가 집값 상승 최대 요인”

한은·주산硏은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한 공급 부족 지목





최근 몇 년 동안 가파르게 상승한 집값 영향으로 부동산 거품이 1996년 이후 최악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 상황에 비해 과도하게 오른 집값이 금융뿐 아니라 실물경제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그런데 부동산 거품이 위험 수준까지 커진 원인을 두고는 기관마다 분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국책 연구기관은 저금리 때문이라는데 정작 한국은행은 공급 부족과 공적보증 문제를 지목했습니다. 물론 집값 상승 원인이 단 하나일 순 없겠지만 시각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동산 거품은 국내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 중 하나가 됐습니다. 지난 23일 한은이 발표한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부동산 부문의 금융취약성지수(FVI)는 100으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96년 이후 역대 최고입니다. FVI는 실물경제와 자산가격의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로 0부터 최대 100까지 표시됩니다. 100에 가까울수록 부동산 거품이 크다는 의미인데 역사적 최고점에 이른 것입니다.

한은은 부동산 가격이 기초 경제 여건 등에 비해 고평가돼 있을 뿐 아니라 가계대출 증가와 상당 부분 연계돼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가계의 실물자산 보유 비중이 높고 최근 고위험 가구 수도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만약 가계 실질소득이 크게 줄면 실물자산 매각에 나서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해 금융 불균형이 급격히 조정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경


집값 상승 영향에 9월 말 주택금융은 1,667조 1,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82.5%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집값 조정이 온다면 주택금융도 부정적 영향을 받아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택금융이 급격히 늘어난 배경은 무엇일까요.

한은은 가장 먼저 주택공급 실패를 꼽았습니다. 지난해 20~30대 1인 가구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주택 수요 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됐고 아파트 선호현상 등 주거환경 개선 수요도 커졌는데 주택 공급은 비탄력적으로 이뤄지면서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이 가격상승 기대를 동반하면서 집값을 올리고 주택금융도 늘렸습니다. 한은이 2003년 11월부터 2021년 9월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의 전월 대비 증가율과 매수우위지수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주택금융과 수급 불균형 사이에 유의한 영향이 관찰됐습니다.

한은은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확대 공급한 전세 보증이나 정책 모기지론도 주택금융 증가 요인이라고 봤습니다. 주택금융에서 공적보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말 16.9%에서 지난 9월 말 20.1%로 확대됐습니다. 공적보증으로 금융기관의 신용리스크 부담이 제한되면서 주택가격 하방 리스크에도 주택금융을 지속적으로 공급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완화적 금융여건으로 증가한 시중 유동성이 자산 투자로 이어지면서 주택금융을 늘렸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국책연국기관인 국토연구원의 진단은 좀 다릅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4일 발표한 ‘주택가격 변동 영향요인과 기여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 집값 상승은 수급 요인보다 2019년부터 시작된 저금리 기조 영향이 가장 컸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집값 상승 원인으로 저금리, 국내 실물경기 둔화, 주택 공급 감소, 가구 수 증가 등 여러 요인을 두고 살핀 결과입니다.

먼저 연구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인하한 2019년 7월을 기점으로 저금리 환경으로 구조적 전환이 발생했다고 봤습니다. 저금리 체계로 구조 전환된 이후 금리의 가격상승에 대한 기여도가 가장 높았다는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지수 기준 시장금리인 실질 CD(3개월) 금리가 집값에 미친 영향은 저금리 전환 이전 14.2%에서 전환 이후 34.3%로 확대됐습니다. 전체 주택 준공물량은 3.8%에서 8.6%로 늘었지만, 세대수는 13.6%에서 1.3%로 줄었습니다.

연구원은 “최근 주택가격 상승 원인으로 주목받았던 공급부족 요인, 1인가구 증가 등 수요증가 요인은 금리 요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에 기여한 수준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소 게시판.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민간 연구기관인 주택산업연구원은 국토연구원과 달리 공급 부족이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고 봤습니다. 지난 14일 발표한 ‘2022년 주택시장전망’에서 주택가격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수급지수를 꼽았습니다. 주산연 분석 결과 최근 5년 동안 전국 주택 수요는 296만호인데 공급은 258만호로 38만호가 부족했습니다. 서울은 14만호, 수도권은 9만호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주택시장 수요와 공급량에 대한 판단 오류와 비전문가들에 의한 정책 주도로 주택시장 안정에 실패했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은 같은데 원인 분석은 이처럼 다릅니다. 진단이 다르니 처방도 다릅니다. 주산연은 앞으로도 공급확대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국토연구원은 금리 정책에 자산시장 변동을 반영하고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한은은 수급 불안 해소를 위해 실거주 수요에 부합하는 일관성 있는 공급대책을 강조했습니다. 공적 보증도 공급 규모나 지원 대상을 조정해 ‘갭투자’로 활용되지 않도록 제도 보완을 요구했습니다. 진단이 잘못되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부동산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댈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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