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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이사가 아니라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김태기(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 전 단국대 교수)

公기관 노조 힘 세지며 부패도 만연

노동이사제 도입땐 도덕적해이 심화

노동시장 단절·청년일자리 악화 우려

대선 후보들 개혁 청사진 제시해야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와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 채용 비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서울시가 산하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한 후 터졌다. 책임 규명마저 흐지부지돼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국민의 불신은 더 커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제로에 따른 노노(勞勞) 갈등은 더 격렬해졌고, 토지주택공사 직원의 부동산 투기는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졌지만 은폐됐다.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대충 넘어갔다. 여기에는 노동조합의 힘에 편승한 ‘노동 정치’가 있다. 공공기관이 노사 담합으로 임금을 편법으로 인상하고, 세금을 축내고 적자 경영을 해도 정부와 정치권이 노동조합의 눈치를 보고 눈감아주는 게 관행화됐다. 공공기관에 노동조합의 힘이 막강해지면서 부패도 만연해졌다. 학교도 교원노조에 장악된 후 교육에 대한 지출이 늘어도 공교육의 질은 오히려 떨어졌다. 우리나라 공공 부문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70%로 민간 부문보다 7배나 많다. 차이가 크다는 미국도 3배 정도다. 공공 부문 근로자는 신분이 법으로 보장돼 있는 데다 임금이 호봉에 따라 해마다 자동으로 올라가고, 노동조합의 힘까지 등에 업어 수당과 성과급이 야금야금 늘어 민간 기업보다 30% 정도 많다. 미국과 유럽은 공공과 민간의 급여 격차가 10%와 15% 정도로 우리나라의 절반 이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공공 부문의 임금과 근로 조건이 최상위권이지만 정부의 부패지수가 OECD 국가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임금과 근로 조건의 과도한 격차는 노동시장을 단절시킨다. 우리나라는 더 심각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절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단절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대기업 노동조합은 비슷한 공기업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하기 때문에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프리미엄은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유럽보다 3배 정도 많고 대기업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어떤 나라보다도 심각하다. 이 때문에 청년 일자리 문제는 더 악화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이 합격률 2%의 공공기관 취업 시험 준비에 매달리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생긴다. 노동시장의 단절을 해소하고 노동력의 낭비를 막으려면 노동 개혁이 시급하고, 그 개혁은 공공 부문부터 시작해야 성공한다.



하지만 여야 대통령 후보들은 노동 개혁에 역행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요구대로 공공 부문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노조 전임자의 급여도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노동이사제를 노동권의 확대라고 하는데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독일 등은 노동이사가 경영 이사가 아니라 경영진을 견제하는 감독 이사이고 이마저도 기업의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을 저해한다고 비판받는다. 여야 후보들의 약속대로 노동이사제로 노동조합이 공공기관의 의사 결정에 공식적으로 참여하면 지금보다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더 심각해지는 것은 물론 대기업에 파급돼 노동시장의 단절과 청년 일자리가 더욱 악화돼 결국에는 소외된 근로자들의 노동권이 오히려 더욱 침해받게 된다.

특히 2030 청년들은 이런 모순을 몸으로 느껴왔다. 이들은 공정을 요구하며 직장에서 기성 노조에 반기를 들었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노조에 가까운 반(反)개혁 후보를 떨어뜨렸다. 연령대별 투표 성향을 보면 이들은 대통령 선거에서도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당선을 원한다면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더라도 조건을 달아야 할 것이다. 노동과 공공 부문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면 지금이라도 대통령의 꿈은 포기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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