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 해’인 임인년(壬寅年)이 밝았다. 끝이 안 보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금리 인상 등 수많은 악재 속에서도 우리 기업인들은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모든 기업인이 도전 정신으로 한 해를 맞이하겠지만 범띠 기업인들은 호랑이가 상징하는 강한 리더십과 용기로 거센 풍파를 헤쳐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 총수 중 범띠로는 1962년생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첫손에 꼽힌다. 지난 2016년 3월 두산그룹 회장에 취임해 4세 경영 시대를 연 박 회장은 험난한 구조 조정을 대부분 마무리하고 올해 새로운 도약을 시도한다. 그는 해상풍력·수소연료전지 등 친환경 에너지와 협동로봇·드론 등 그룹의 미래 산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승진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주목 받고 있다. 한 부회장은 소비자가전(CE)과 IT·모바일(IM)사업부를 통합한 DX 부문을 이끈다. 취임 일성으로 ‘원삼성’을 외친 한 부회장은 고객 경험을 확장함으로써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갈 중책을 맡게 됐다. 유정준 SK E&S 부회장도 범띠다. 유 부회장은 11월 설립한 SK E&S의 에너지 솔루션 미국 자회사 패스키를 이끌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 진출 확대를 추진한다. SK E&S의 수소 사업 확대도 그의 주 임무다.
LG그룹에서는 조주완 LG전자 사장, 김명규 LG디스플레이 중소형사업부장 사장이 범띠 대표 주자다. 조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에서 ‘한 발 앞선(First)’ ‘독특한(Unique)’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New)’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의미하는 ‘F·U·N 경험’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양대 전자 회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대표가 모두 ‘고객 경험’을 승부수로 들고 나온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외에 전중선 포스코 신임 사장, 고정석·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김은수 한화솔루션 대표 등도 1962년생 동갑내기들이다.
1974년 범띠 최고경영자(CEO)도 배출되고 있다. 그룹 첫 40대 사장이라는 기록을 세운 추형욱 SK E&S 사장을 비롯해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와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등 젊은 경영자가 많은 게임 업계에는 1974년생 CEO가 다수 포진해 있다.
금융권에도 범띠 CEO가 적잖다.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은 농협 내부 출신으로 첫 지주회장에 취임한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다. 임기 반환점을 돈 손 회장은 이번 임인년 한 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및 디지털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 최홍영 BNK경남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도 1962년생 범띠다. 방 행장은 기획재정부 제2차관, 보건복지부 차관 등 고위 관료에서 국책은행 CEO로 변신에 성공한 경우다.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편정범 교보생명 사장, 민기식 푸르덴셜생명 사장, 김인태 NH농협생명 사장, 박춘원 흥국생명 사장 등도 동갑내기들이다.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매출 상위 1,000대 상장사의 반기 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 대표이사 1,439명 중 범띠 경영자는 139명으로 집계됐다. 출생 연도별로는 1962년생이 5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1974년생(30명), 1950년생(21명), 1938년생(11명) 순이다. 특히 1962년생에 전문경영인이 다수 포진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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