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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감소-꽃집 증가'가 부른 천정부지 꽃값에…"손해보고 팔아요"

7일 서울 서초구의 한 꽃집에 꽃다발이 진열돼 있다./김태영기자




“도매가가 장미 한 단에 5만원인데 이 가격을 반영해서 꽃바구니를 팔면 배달비 포함해서 손님한테 15만원은 받아야 해요. 단골을 잃을까봐 그냥 손해를 보며 팔고 있어요. 예약을 받을 때도 꽃값이 올랐다는 설명을 드리는데 결과물을 보고 실망하는 분들도 많아 너무 속상합니다.”

연중 최대 ‘꽃잔치’가 펼쳐지는 졸업식과 인사이동 시기가 다가왔지만 서울 서초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최 모(45)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새해 들어 꽃값이 예년의 2.5배 수준으로 폭등하면서 평소 받는 가격으로는 풍성한 꽃다발을 만드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화훼농가는 줄어드는 반면 꽃집은 늘어나는 장기적인 흐름 속에, 지난해 이상기상과 인건비, 유류비 상승으로 출하량이 줄어들며 꽃값이 폭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년의 장미, 국화 경매낙찰단가. /화훼유통정보


◆꽃 가격 예년 2.5배로 치솟아…장미 한 단 경매가 약 1만 7,586원 ‘사상 최대’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 경매에서 이달 거래된 장미와 백합의 평균 낙찰가격은 한 단 기준으로 각각 1만 7,586원과 7,718원이었다. 이는 aT 홈페이지에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절화 경락단가가 공개된 이래 1월 기준 사상 최대 가격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이전 3년간 평균 가격(장미 7,089원, 국화 3,330원)보다도 2.5배 가까이 높다. 아직 월초인 만큼 월말이 되면 한 달 평균 가격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폭등’이라 할 만한 가격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7일 서울 동작구의 한 꽃집에 졸업식 꽃다발을 예약 받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김태영기자


◆꽃집 상인들 “지금 도매가격, 이전 소매가 수준인데…'바가지 씌운다'는 말 듣기도”

농가→도매→소매로 연결되는 유통 구조의 최종 단계에서 소비자를 만나는 꽃집 상인들은 속이 탄다. 도매상들이 경매가에서 마진을 붙여 소매상에게 꽃을 판매하기 때문에 소매상의 인건비와 임대료를 포함한 최종 소비자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구칠 수밖에 없다. 이날 기자가 서울 시내 다섯 곳의 꽃집을 다닌 결과 장미 한 송이의 가격은 7,000원에서 만 원에 달했다.



서초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정 모(26)씨는 “예전엔 꽃집에서 장미 한 송이를 3,000원 정도에 팔았는데 이젠 도매가가 그 수준이라 가게에선 7,000원 이상을 받아야 마진이 남는다”며 “시장 가격이 올랐다고 말하면 손님들이 대부분 이해하는데 ‘바가지를 씌운다’며 화를 내는 분들도 계시다”고 했다. 4호선 사당역 인근의 꽃집 직원 강 모(48)씨도 “꽃값 오른 것을 소비자가에 전부 반영하면 손님이 끊길 수 있어서 마진을 줄이고 있는데 최근 1~2주 사이에 ‘누가 독점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꽃 가격이 올라서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화훼 재배현황./농림축산식품부


◆원인은? 화훼 농가 줄었는데 꽃집은 증가…최근 수확량 감소 영향도

업계에선 공급 축소와 수요 증가라는 흐름이 장단기적으로 이어지며 최근 같은 꽃값이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장기적인 측면에선 청탁금지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화훼 농가가 줄면서 재배 면적도 2012년 6,329헥타르(ha)에서 2020년 4,299헥타르(ha)로 감소했다. 반면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꽃집은 2014년 1만 9,474개에서 지난해 5월 2만 5,056개로 늘었다. 한국화훼농협 관계자는 “3~4년 전부터 청년층과 수도권 중심으로 1인샵 형태의 꽃집이 많아졌다”며 “예전엔 비(非)시즌에 가격이 많이 떨어졌는데 지금은 일상에서 꽃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며 연중 가격을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이상 기후와 생산원가 상승으로 인한 출하량 감소, 졸업식이 찾아오며 늘어난 수요가 영향을 미쳤다. aT 화훼사업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서 식물의 생육 기간이 부정확해지며 절화 수확량이 줄어들었다”며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노동자들이 귀국해 인건비가 상승했고, 유류비와 종자값까지 올라 생산원가가 비싸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1월부터 각급 학교의 졸업식이 진행되며 최근 1~2주 사이에 꽃값이 유례 없이 폭등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일각선 도매상 담합 의혹도…"시장 가보면 ‘더 올려서 받으라’는 말 쉽게 들려"

꽃값 고공 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조짐을 보이며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깊어지는 중이다. 지난 6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터무니없이 치솟는 꽃값의 상승 이유를 밝혀달라’는 국민청원도 게재됐다. 꽃집 사장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도매시장에서 꽃을 사다보면 도매상끼리 ‘가격을 더 올려서 받아라’는 대화를 한다”며 담합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중도매 업계는 최근 도매시장에 꽃이 남지 않을 정도로 잘 팔려 일시적으로 일어난 현상일 뿐 담합 등의 부정행위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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