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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젠 대놓고 밥그릇 싸움하나

구경우 정치부 기자





정말 낯뜨겁다. 선거 40여 일을 앞둔 국민의힘 내부의 권력 다툼을 보면서 이런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정권교체의 선봉인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이 당내 유력 대선주자였던 홍준표 의원을 향해 “구태”라고 직격하고 홍 의원은 “가증스럽다”고 독설을 날린다. 특히 낯 뜨거워지는 지점은 당 선거대책회의에서 언론을 앞에 두고 홍 의원과 윤석열 대선 후보가 단 둘이 만나서 한 재보궐선거 공천 얘기를 까발린 부분이다. 마치 “어디 숟가락을…”하고 외친 것과 같다. 홍 의원은 하루에 글을 네 차례나 올리며 거친 감정을 쏟아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당의 고참 중에 고참에 속하는 이들이 백주 대낮에 밥그릇 싸움을 벌였다.

돌아보면 ‘원팀’을 두 번이나 이룬 지난 두 달도 내내 밥그릇 싸움이었다. 선대위에 자리를 꿰찬 인사들이 “어디 내 밥그릇에 손을 대느냐”는 식의 발언이 안팎으로 쏟아졌다. 이준석 대표가 잠적했을 때 윤핵관들은 돌아서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먹으려고 한다”는 악담을 퍼부었다.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선대위를 전면 해체하며 자리 자체를 없앴을 때는 ‘쿠데타’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잡지도 않은 권력을 엎었다는 신박한 시각이다.



이번에 선대본이 공개적으로 회의에서 공천 문제를 촉발시키면서 국민의힘은 대놓고 보수진영의 ‘원팀’이 힘든 이유가 밥그릇 싸움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서로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싸우다가 ‘원톱’이라던 총괄선대위원장도 내쫓았다. 새 출발한 조직도 재보궐선거 공천을 두고 또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이낙연이라는 거물 여권 정치인의 지역구이던 ‘정치 1번지’ 종로에 어떤 인사가 가는지도, 스타 초선이었던 윤희숙 전 의원의 지역구를 어떤 인물이 받는지도 알 수 없다.

만천하에 밥그릇 싸움을 알렸으니 누가 나와도 밀실 거래로 추대된 후보라는 딱지를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이제는 지방선거 공천을 두고 또 싸울 것이다. 이미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기대 대선을 ‘다 된 밥’이라는 생각이 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을 못 찾으면 챙긴 밥그릇마저도 뺏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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