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기간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2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시 주석의 요청이 거부되고 전쟁이 시작된다면 ‘준(準)동맹’ 수준이라는 중러 밀월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신은 중국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중국의 성장을 전 세계에 과시하겠다면서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올림픽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평소 친분이 두터운 푸틴 대통령에게 (침공 자제를) 부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푸틴 대통령도 파트너의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침공을 강행하면 올림픽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도 함께 전했다.
시 주석으로서는 올가을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기 위한 첫 중요 행사가 올림픽인 만큼 여기에 러시아가 ‘재를 뿌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림픽 개막일은 오는 2월 4일이다. 시 주석은 지난 2013년 집권 이후 푸틴과 총 37회의 정상회담을 하면서 친분을 쌓아왔다는 자신감이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중국의 이벤트를 위해 자신의 계획을 변경할지는 의문이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그루지야)와 전쟁을 했는데 개전일이 당시 베이징 하계 올림픽 개막일이었다. 당시 후진타오 중국 정부는 “조지아가 전쟁을 일으켜 중국 체면을 깎아내렸다”며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적이 있다.
정치 컨설턴트인 R폴리티크의 타탸나 스타노바야는 통신에 “이웃 나라의 기분이 좋아지라고 푸틴 대통령이 전략적 이득을 희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익이라고 판단된다면 중국에서 어떤 요청을 하든 우크라이나로 쳐들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올림픽을 10여 일 앞두고 베이징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방역 당국에 따르면 22일 베이징에서 확진자 9명과 무증상 감염자 4명이 나왔다. 하루 환자 13명은 15일 베이징에서 첫 발생 이후 최대치다. 베이징 당국은 적극적인 봉쇄에 나서 펑다이구를 ‘고위험 지역’으로 지정했다. 고위험 지역이 다시 베이징에 지정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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