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표일이 시작되기 전이라도 재외투표기간 전 귀국하지 않은 재외선거인이나 국외 부재자 신고인에게는 국내 투표 기회를 박탈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공직선거법 218조의16 제3항이 선거권을 침해하고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는 취지로 제기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심판 대상이 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지만 즉각 무효화했을 때 초래될 혼선을 막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는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이 조항은 2023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공직선거법이 개정될 때까지만 유효하다.
이번 헌법소원은 한미 대학생 연수프로그램에 선발돼 유학 중이던 학생 A씨가 청구했다.
2020년 로스앤젤레스(LA)에 머물고 있던 A씨는 그해 1월 4·15 총선 국외 부재자 신고를 했고 재외투표기간(4월 1∼6일)에 LA에서 투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여파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월 30일 미국 주재 재외공관에서의 재외선거 사무를 중지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투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그는 계획보다 귀국 일정을 당겨 그해 4월 8일 국내에 들어간 뒤 4월 15일 주소지 투표소를 찾았는데 '투표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공직선거법상 재외투표기간이 시작되는 4월 1일 전에 귀국해 신고해야만 국내 투표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안을 심리한 헌재는 해외와 국내에서의 중복 투표를 막으려는 이 조항이 A씨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투표를 보장하지 못했으며 이는 선거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외투표기간이 끝나고 선거일까지 최소 8일의 기간이 있으므로 기술적으로 구·시·군선관위와 중앙선관위가 중복 투표 여부를 확인해 막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며 실제 그런 대조 사례가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에 단순 위헌 결정을 해 당장 효력을 상실시키면 재외선거인 등이 재외투표기간 개시일 전에 귀국해 투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어져 법적 공백이 발생한다”고 헌법불합치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조항의 위헌적 상태를 제거함에 있어서 어떤 요건과 절차에 의해 귀국투표를 허용할 것인지 등에 관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 한도 내에서 입법자에게 재량이 부여된다”면서 “입법자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개선 입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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