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인력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동 대표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IT 인력을 대규모 배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016년부터 탈(脫)석유를 추진하며 IT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온 게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IT 인재 7년 만에 2배 증가…지난해에만 5만6000명 배출
사우디아라비아 정보통신기술부(MCIT)의 파리스 알사콰비 미래 일자리 및 역량 부문 차관보(Deputy Minister for Future Jobs and Capabilities)는 지난 2일(현지 시간) 리야드 시에서 열린 첫 테크 행사 ‘LEAP 2022’에서 전세계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기준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보기술(IT) 분야 인재는 31만 8000명에 육박한다”며 “특히 지난 해에만 5만 6000명을 양성했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알사콰비 차관보와 같은 부처의 나와프 D. 알호샨 기술 부문 차관보가 동석했다.
IT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사우디는 IT 인력을 원활하게 배출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32만명에 육박하는 IT 분야 인력 수는 지난 2014년(16만 5000명)에 비해 2배에 달한다. 특히 괄목할 만한 점은 지난 1년 사이에만 총 5만 6000명을 양성했다는 점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과 3년간 13만명의 IT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사우디의 작년 성과는 이 목표치를 가볍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오일머니’다운 통큰 투자…지난해에만 12억 달러, 올해도 75억 달러 투자 예정
사우디 정부가 단기간에 인재 양성에 성공한 건 석유 위주의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IT 분야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사우디 정부는 IT 분야를 키워야 ‘비전 2030’에서 제시한 탈석유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비전 2030은 사우디 정부가 지난 2016년 제시한 경제 계획으로, 비석유 분야 GDP가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당시 16%에서 2030년 50%까지 끌어올리는게 목표다.
이를 위해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에만 총 12억 달러 규모의 IT 청년 인재 육성 기금을 조성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 글로벌 유수 기업들도 참여해 현지 인재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IT 스타트업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오는 2030년까지 인구 100명당 1명을 개발자로 키우는 게 목표다. 이와는 별도로 ‘퓨처 스킬 이니셔티브(Future Skill Initiative)’를 통해 약 2만 개 이상의 디지털 실무교육 코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사우디 정부는 앞으로도 IT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사우디 정보통신부는 이번 행사를 통해 도합 75억 달러에 육박하는 IT 분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벤처캐피털(VC) 자회사인 아람코벤처스는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성장펀드 ‘프로스퍼티(번영)7′을 정식 운영해 스타트업 등 기업들이 기술 개발이나 신규 시장 진입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11억 달러 규모(약 1조 3000억 원)의 디지털 콘텐츠 진흥 프로그램인 ‘이그나이트’를 통해 게임과 영화, 광고 등 3개 분야의 교육과정을 운영, 3년간 4400명의 디지털 콘텐츠 인재를 육성할 예정이다.
한국 인재 다 중동가나…"한국 기업 물심양면 지원할 것"
한편 사우디 정부가 IT 분야 투자를 확대하며 국내 기업들도 사우디 IT 시장 진출에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건설·석유 등 특정 분야 중심으로만 사우디와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나사프 D. 알호샨 차관보는 “한국은 전세계적으로도 돋보이는 IT 강국”이라며 “한국 IT 기업들을 위해 6억 달러 규모의 국가 기술 펀드를 활용한 투자는 물론 보조금 제공,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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