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은 감염병 전문독립 건물인 감염관리센터(CIC)의 운영을 시작한다고 8일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는 감염병 및 감염병 의심 환자를 응급실과 외래 내원 단계부터 분리하고 검사, 입원, 수술 등 진료 전 과정에서 감염 확산 위험을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국내 민간병원 최초 감염병 전문 독립 건물이다. 이날 오전에 열린 개소식에는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과 박성욱 아산의료원장을 비롯해 서울아산병원 박승일 병원장, 이제환 진료부원장, 송종민 진료지원실장, 김성한 감염관리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감염관리센터는 코로나19와 같은 고위험 감염병이 유행하지 않는 시기에도 호흡기감염질환과 해외 유입 감염병 위험 등에 상시 대응할 수 있는 국내 첫 선제적 감염관리 모델이다. 하나의 독립 건물에 외래, 응급실, 병동, 중환자실, CT검사실, 수술실 등이 모두 포함되어 본원과 별도로 운영된다. 연면적 2만2,070㎡(6,676평)에 지하 3층, 지상 4층으로 건립된 감염관리센터의 모든 시설에는 내부 공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음압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1층에 감염병 응급실, 2층에 음압격리병동과 외래, 3층에 음압격리중환자실과 음압수술실 및 CT촬영실 등이 배치됐다.
내부에는 △음압격리응급실(1인 음압관찰실 29병상, 경증구역 12좌석) △음압격리병동 15병상(음압격리실 12병상, 고도음압격리실 3병상) △음압격리중환자실 13병상 △감염내과 및 호흡기내과 외래(진료실 6개) △음압수술실 1실 △음압일반촬영실 1실 △음압CT촬영실 1실 등이 갖춰진다.
서울아산병원은 2015년 국내 메르스 사태를 경험하면서 처음 감염관리센터를 계획했다. 이후 에볼라, 지카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해외에서 유입되는 고위험 감염병 의심 또는 확진 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격리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에볼라 감염환자 치료 전문병원으로 지정했던 에모리대학병원 등 해외 유수 병원의 감염관리 시스템을 참고해 착공에 나섰다. 완전한 음압시설을 갖춘 독립 건물을 구축해 신종 감염병의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전파 가능성이 있는 호흡기감염 질환으로부터 비감염병 환자들을 분리해 안전한 진료 환경을 구축하려는 취지다.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는 감염병 위기 대응 상황에 따라 1, 2, 3단계로 나누어 고위험 병원체를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탄력적인 병상 운영이 가능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전문 인력을 상시 운영하면서 감염병 대응 능력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즉, 음압격리병동에 코로나19 환자가 입원 치료 중이라고 해도 같은 층에 있는 다른 환자들과 동선이 완벽히 분리되기 때문에 모든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 받을 수 있다.
병원 측은 오미크론으로 인한 코로나19 환자의 급증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10일부터 센터를 본격 가동하며 중증 환자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 마련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면 결핵, 홍역, 수두, 독감과 같은 호흡기 감염질환 환자와 해외 유입 고위험 감염병 환자 전담 치료 시설로 이용될 예정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고위험 병원체에 의한 감염병이 대규모로 유행하지 않는 시기에도 효율적으로 감염병 환자의 진료가 가능하도록 운영하게 된다.
이날 개소식에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선친께서 1977년 아산재단을 설립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것은 의료복지사업이다. 오늘날 무의촌은 사실상 없어졌지만 여전히 의료 취약 분야는 남아 있다”며 “서울아산병원이 민간 병원 중 처음으로 감염병 전문 건물을 설립한 것은 아산재단의 설립 취지를 이어가는 일이며, 국내 의료계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코로나19 중증환자와 오미크론 변이 발생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데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중증 질환 중심의 안전한 진료 체계 구축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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