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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제도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박재환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시가총액 2조 원의 우량 상장사에서 기본 내부 관리조차 이뤄지지 않아 직원 단독으로 2000억여 원의 금액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상장회사로서 적격한지를 판단하는 실질심사가 추가 조사로 이달 중순으로 연기됐다. 2만여 명의 소액 투자자와 오스템임플란트를 편입하고 있는 ETF 투자자들은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고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주주들의 피해 구제를 위해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증권 집단소송 등 다양한 소송 대안을 살피면서 동참할 소액 주주를 모집하고 있다고 한다.

황망한 대형 사건에 누가 책임이 있는지를 추측하는 기사들로 관련 업계도 뒤숭숭하다. 기업이 자금 관리와 장부 기록의 권한을 분리하고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것은 기본 관리 절차다. 오스템의 내부 회계 관리 제도는 국내 최고의 회계법인으로부터 구축 자문을 받고, 2020년에는 외부감사 인증을 얻었다. 기본 통제 절차가 구축되지 않았거나 감사 시 운영에 관해 체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건은 터진 것이니까 구체적인 사실은 나중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외부감사 시작 전인 2021년 12월 31일에야 회사가 직원을 고소하면서 3개월마다 이뤄지는 검사 수준의 분·반기 검토 등이 제도의 한계점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기본 절차가 왜 회사 내에서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살펴보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상장회사는 사업성과 공신력을 갖추고 있어 일반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만한 기업이다. 공신력은 기업이 도입한 제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에 의해 창출된다. 잘 구축된 제도도 운용자에 따라 무용지물이 되거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기업 구성원 전체가 도입된 제도의 가치와 기준을 받아들이고 업무에 제대로 구현하지 않으면 제도는 쓸모가 없어진다. 제도를 작동시키는 담당 인력의 전문성 및 책임성도 중요하지만 제도의 이념과 가치를 기업 전체에 구현하고자 하는 지배구조의 의지와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전조·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잘 짜인 제도라 해도 운용은 사람들이 하는지라 약점과 오류가 있기 마련이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금이 간 유리창인 약점이나 오류 등은 반드시 사전에 감지해 예방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사전에 막으면 별일이 아닌 것을 방치해 초래하는 대형 사고의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코스닥 최고 우량 기업에 전조를 살펴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 참으로 아쉽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도입된 제도의 이념과 실행 기준들이 구성원 전체로 공유되고 실천돼 투자자로부터 신뢰받고 기업 성장의 과실도 함께하는 공신력 있는 상장회사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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