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함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다툼을 벌인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에 다시 주주 제안을 했다.
KCGI는 주주총회 전자 투표 도입, 이사 자격 기준 강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등을 한진칼에 주주 제안했다고 14일 밝혔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3분기까지 누계 실적이 개선된 반면 한진칼은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며 자회사의 호실적이 지주사의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주주총회에도 KCGI는 서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KCGI는 “서 후보자는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 및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전문가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KCGI가 제안한 김신배 전 포스코 이사회 의장 등의 사내이사 선임안과 서 교수 사외이사 선임안은 모두 부결된 바 있다. KCGI는 당시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퇴진도 추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주총에서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과의 ‘3자 연합’이 가진 한진칼 지분율은 28.8%였다. 조 회장 측 지분율인 40.4%보다 크게 낮았다.
일각에서는 KCGI의 이번 주주 제안이 한진칼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2020년과 상황이 달라진 만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시도라는 시각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KCGI는 2020년 11월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한진칼 지분 10.6%를 확보하면서 사실상 경영권 다툼에서 물러난 상태다. 3자 연합 역시 이미 지난해 4월 해체됐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율은 18.87%다. KCGI와 반도건설은 각각 17.41%, 17.02%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총의 결과는 지분율 10.58%를 확보한 산은과 13.21%를 가진 델타항공의 결정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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