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공구 및 자동차용 모터 제조 업체인 계양전기(012200)에서 245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횡령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올해 초 오스템임플란트(048260)에서 2215억 원 규모의 횡령 사태가 벌어진 이후 한 달 만에 비슷한 사건이 또 벌어졌다. 반복되는 직원들의 횡령 사건에 상장사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계양전기는 재무팀 직원 김 모 씨가 245억여 원을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했다며 전날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포함해 절차에 따라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계양전기에 따르면 김 씨는 최근 회계 결산 과정에서 회사와 외부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다가 독촉을 받자 횡령 사실을 자백했다. 김 씨는 회사 측에 245억 원을 도박, 주식·비트코인 투자, 유흥 등에 썼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횡령액과 사용처는 김 씨가 주장한 것으로 추후 수사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 245억 원은 2020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계양전기 자기자본 1926억 원의 12.7%에 해당한다.
계양전기가 횡령 발생 사실을 공시한 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 시장본부는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생겼다”며 주식 매매를 정지시켰다. 유가증권 시장본부는 다음 달 10일까지 계양전기가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인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실질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거래가 재개되고 반대의 경우라면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실질 심사를 진행한다.
계양전기는 회사 홈페이지에 공식 입장문을 내고 “횡령 금액 회수와 조속한 주식 거래 재개를 위해 전사적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상장사에서 발생한 대규모 횡령 사건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앞서 코스닥 상장사인 오스템임플란트는 자금관리팀장 이 모 씨가 2215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3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 씨는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회사 자금이 들어 있는 계좌에서 본인 명의의 증권 계좌로 2215억 원을 15차례에 걸쳐 이체한 뒤 주식 투자 등에 사용한 혐의로 지난달 28일 구속 기소됐다.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는 17일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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