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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만에 자재값 동시 폭등 처음"…건설현장 '셧다운'되나

['원자재 대란'에 몸살]

골조공사용 철물·각재·합판 등 1년새 50% 이상 폭등

레미콘협의회들도 건자회에 내달부터 25% 인상 요구

봄 성수기 들어서면 가격·수급문제 동시에 불거질 수도

경기도 고양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골조공사 원자재인 철근을 정리하고 있다. 전국의 건설현장에서는 전방위 자재비 상승을 둘러싼 업역 간 갈등으로 공사중단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건설 현장이 원자재 대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붕괴, 인플레이션에다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가세하면서 철근·콘크리트는 물론 시멘트·알루미늄폼 등 건설자재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궁지에 몰린 하도급 업체들이 계약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공사 중단 우려와 함께 공급 위축, 분양가 상승 등 주택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동시다발적 자재 값 상승, 35년 만에 처음”=철근콘크리트연합회가 지난 18일 전국 100대 건설사에 2차 공문을 보내 계약 단가 인상을 재차 요구한 것은 폭등한 건설자재 가격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문에 따르면 골조 공사에 들어가는 철물과 각재·합판 가격이 지난해 상반기(3~8월 계약분) 대비 각각 50% 상승했다. 기타 잡자재도 40% 올랐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철근의 원료가 되는 국제 고철 스크랩 가격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톤당 60만 원을 넘어섰다. 현대제철의 철근 기준 가격도 지난해 1월 톤당 70만 원 선에서 현재 99만 1000원으로 30만 원가량 올랐으며 다음 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원료인 유연탄 값이 급등하며 시멘트 가격 역시 지난해 1월 톤당 7만 5000원에서 올해 9만 3000원으로 24% 상승했다. 시멘트를 공급받는 레미콘 업계에서는 “한계에 몰렸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하며 거푸집의 일종인 알루미늄폼 값도 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해 톤당 1600~1800달러에서 최근 톤당 3300달러를 넘어섰다. 2008년 7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톤당 338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2위의 알루미늄 생산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경우 서방국가들이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감이 반영됐다.



종합 건설사 구매 담당자들의 연합체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의 한 관계자는 “통상 한두 품목이 급등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철강·목재·석유화학재 등 모든 자재 값이 동시에 오르는 것은 구매 관련 업무를 맡은 지 3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현재의 원자재난은 전혀 일상적이지 않으며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건설 업계 전방위 원자재 분쟁…‘셧다운’ 우려 커진다=건설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폭등이 단순한 수익 관리의 차원을 넘어 업역 간 ‘생존을 위한 분쟁’으로 비화되는 분위기다. 철근콘크리트연합회 관계자는 “사실상 셧다운이란 통첩을 할 수밖에 없을 만큼 하도급 업체들의 고통이 큰 상황”이라며 “이미 지방의 일부 업체는 폐업을 할 정도로 계약 금액 조정이 절실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분쟁은 단순히 하도급 업체와 원청 업체(종합 건설사)뿐 아니라 종합 건설사와 원자재 생산 업체, 원자재 공급 업체와 건설 업체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멘트 가격 상승으로 고통받는 전국의 지역 레미콘 협의회들도 최근 건자회에 공문을 보내 다음 달부터 25% 이상의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동시에 건자회는 최근 대형 제강사들을 대상으로 이례적인 규탄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건자회는 성명서에서 “최근 철근 분기별 건설 기준가를 일방적으로 인상하려는 제강사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유통가 상승의 사유를 들어 협의하지 않은 유통 판매가를 발표해 살인적인 원가 부담을 건설 업계에 전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분쟁, 건설 현장 중단이 이제부터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그동안은 건설공사 비수기였기 때문에 건설자재 수요가 적었지만 다음 달부터는 성수기에 접어드는 만큼 가격 및 수급 문제가 동시에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진행 중인 공사의 중단 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물론 앞으로 예정된 신규 계약, 나아가 주택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크기 때문에 주택 건설 원가가 올라가고, 결국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표준 건축비 산정 기준에도 반영이 돼 분양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분양가 억제를 위해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일선 시행자들이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공급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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