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 국내 대기업이 러시아에서 운영하는 법인이 53곳으로 집계됐다. 그중 현대차 그룹이 18곳의 해외계열사를 설치하며 최다를 기록했다. 향후 미국, 유럽 등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본격화하면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72개 그룹이 러시아에 세운 해외법인 현황 조사’ 결과를 25일 이같이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지정한 72개 대기업집단이다. 조사는 금감원에 공시된 해외법인 현황 자료(2020년 기준)를 참고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72개 그룹 중 삼성과 현대차 등을 포함해 16개 그룹이 53개 법인을 러시아에 설립한 것으로 집계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시(戰時) 상황으로 접어든 우크라이나에 진출해 있는 41곳 상당의 국내 그룹 법인보다 많은 숫자다. 국내 대기업들이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 시장을 더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현대차 그룹이 18곳(34%)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차 그룹은 국내 계열사인 현대차를 필두로 기아,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글로비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위아 등 러시아법인을 세웠다.
그다음으로는 삼성과 롯데 그룹이 각 9개의 법인을 러시아에 설립했다. 이는 현대차의 절반 수준이다. 롯데는 호텔롯데를 통해 숙박시설업을 위한 러시아 법인을 만들었다. 롯데상사, 롯데제과, 롯데쇼핑 등도 러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다.
이밖에 SK, CJ, 두산, KT&G 그룹은 각 2개 법인을 러시아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SK는 석유제품 판매 등을 위해 국내 회사 SK루브리컨츠(주)가 ‘SK Lubricants Rus Limited Liability Company’라는 러시아 법인으로 사업을 영위 중이다. CJ는 식료품 제조 목적으로 ‘CJ RAVIOLLO RUS’ 법인을 러시아에 세웠다. CJ제일제당이 최대주주다. 두산은 두산건설을 통해 ‘Doosan Engineering and Construction’ 법인을, KT&G는 담배제조 및 판매 사업을 위해 ‘KT&G Rus L.L.C.’ 계열사를 둔 것으로 조사됐다.
LG, 포스코, DL, 효성, SM, 한국타이어, 아모레퍼시픽, 하이트진로, 장금상선 그룹은 각 1개의 계열사를 운영 중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 해외법인의 경우 향후 미국과 동맹국 등이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고강도 금융 및 경제 제재 등이 본격 진행되면 공장 가동 중단 등 직접적 경제 타격을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 경우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수급이 불안정해져 국내 기업들도 여러 산업분야 등에서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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