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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세이브코스피'에 기대를 거는 이유

박성호 디지털전략·컨텐츠부 차장


한 장의 사진이 수천 단어의 글보다 당시를 더 잘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 2013년 뜨거운 여름 어느 날의 일을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그날 세종문화회관의 한 전시관에서 봤던 로버트 카파의 사진은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문득 사진 한 장이 머리에 떠올랐다. 2004년 2월 삼성전자의 주주총회장. 사회자의 진행에 “이의 있다”고 소리치며 이를 악물고 손을 번쩍 들던 당시 참여연대 김상조 교수의 사진이다. 현 정부의 전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으로 상당한 비판을 받았지만 당시의 그는 열정적으로 시민사회에 헌신하는 젊은 교수였다. 참여연대가 소액주주 운동을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지만 기자에게 그 사진은 지금껏 한국 소수 주주 운동의 상징으로 각인돼 있었다.

갑자기 이 사진이 떠오른 것은 얼마 전 ‘세이브코스피’라는 새로운 주주 운동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요구는 의무공개매수제, 공정가에 따른 상장사 합병 비율 결정, 물적 분할 후 동시 상장 금지, 인적 분할 시 자사주 신주 배정 금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적용, 집단증권소송 소 제기 요건 완화, 증거개시 제도 도입, 자진 상폐 시 매수청구 가격 공정가격으로 결정 등 8가지다.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문제들도 있었지만 그간 개인투자자들이 분노했던 ‘대주주의 횡포’와 관련된 내용들이 주로 담겨 있다.

그들이 제안한 8가지는 모두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거버넌스)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990년대 시작했던 시민사회 중심의 주주 운동 역시 재벌로 대표되는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 개선이 가장 큰 목표였던 것처럼 말이다. 시민 단체의 활동은 적지 않은 성과를 남겼지만 동시에 무수한 정치·경제 세력으로부터 공격도 받았다. 시민 단체 스스로가 정치적인 색깔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을 테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이브코스피의 중심이 자본시장의 선두에 서 있는 투자자와 경제 크리에이터라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적어도 자본시장의 첨병인 그들에게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기는 어렵지 않을까 해서다. 그들 스스로도 특정 기업·정당·정치인·이념·단체를 지지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경제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며 요구로 읽힌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은 친환경에만 매몰돼 있을 뿐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그리고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발생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한 손실을 900만 명이 넘는 개인투자자가 고스란히 나눠 짊어지고 있다. 그래서 ‘탈정치’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한국 증시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세이브코스피 운동의 등장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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