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산업재해 수없이 당해서 사실 냄새를 잘 못 맡습니다. 팔도 휘어서 더 굽지 않아요. 이렇게 밖에 안 움직여요”
27일 노동자의 도시 울산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소년공으로 일하던 시절의 경험을 풀어놓으며 울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울산이 상대적으로 제조업 노동자 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어린 시절 어렵게 살았던 경험이 행정 성과로 이어진 사례를 소개하며 “경험한 사람만 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울산 롯데백화점 광장에 모인 울산 시민들 앞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왼팔을 들어올려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무도 그 당시에 산업재해라는 개념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그 수많은 상흔이 몸에 베여있다. 그래서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판·검사를 하지 않고 노동현장으로 돌아와 노동권 지원활동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까 올라온 제 친구들 솔직히 다 공장노동자였다”며 “공장노동자가 뭐가 나쁘냐. 노동하지 않으면 세상이 굴러가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제가 하고 싶은 사회가 바로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라고 덧붙였다. 연설에 앞서 이 후보 초등학교 동창인 지지자가 연단에 올라 이 후보에게 꽃다발을 건냈다. 이 후보는 “제가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하느라 중·고등학교를 못 다녀서 (대학을 제외하고) 동문은 저 친구들 뿐”이라며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노동’을 ‘근로’라고 부르는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도대체 왜 근로라는 표현을 쓰느냐”며 “근로는 일제 식민지 시대 사용된 용어다. 일본도 2차대전 패전 이후 ‘노동기준법’이라고 이름을 바꿨는데 우리만 여전히 ‘근로기준법’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5월 1일 공무원들은 다 쉬는데 정작 노동자들은 쉬지 못한다”며 “왜 그래야 하나. 노동을 신성하다고 하면서 정작 천시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후보는 ‘주 120시간 노동’을 언급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제가 어릴 때 철야 작업을 많이 했다. 새벽 두시까지 일하면 철야라고 한다”며 “일주일 내내 쉬지않고 철야 작업을 해도 119시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해도 120시간이 안된다. 왜 헌법이 정한 노동권을 없애려고 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 후보의 연설에 파란 마스크와 풍선을 든 시민들은 이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호응했다. 현장에는 ‘노동은 삶이다’, ‘주 120시간 노동·최저임금 150만 원 거부한다’와 같이 윤 후보의 노동관을 지적하는 피켓도 눈에 띄었다.
이 후보는 어린 시절 일화를 바탕으로 행정 성과를 낸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어린시절 과일을 잘 먹지 못해 아버지가 주워온 썩기 직전 과일을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곤 했다”며 “그 기억에 혹시 과일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을까봐 어린이집에 국산 과일을 공급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제가 교복을 한번도 입지 못했다. 시장이 되고 나니 교복을 물려입는 경우가 있다기에 중·고등학교 입학할 때 교복 하나 해주자고 했다”며 “그걸 박근혜 정권이 얼마나 괴롭히던지 싸우다 싸우다 그냥 해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굶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정말 먹을게 없어 훔치다 감옥가는 사람이 있기에 먹거리드림센터를 만들었다. 이게 지금 전국적으로 설치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체험해보지 않으면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삶이 있다”며 “그래서 소년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 우리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확실하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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