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청론직설] “대학은 국가 성장동력 확충 책임…글로벌 산학협력 생태계 만들어야”

◆람 킨용 싱가포르 난양공대 연구 부총장

고급 인재 유치·전폭 지원 통해 세계 대학 순위 12위로

11년 전 영국 대학과 의대 공동 설립, 우수 의료진 배출

과학기술과 융합 위해 디지털 문해력 외 인문학도 중시

글로벌 기업 학내 공동연구센터 설립·산학 협력 가속화

람킨용 싱가포르 난양공대 연구 부총장 사진 제공=NTU




“대학은 교육과 기초연구를 수행할 뿐 아니라 국가 발전 방향에 맞춰 성장 동력을 키우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세계적 인재가 마음껏 연구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산학 협력을 잘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죠. 이것이 혁신 교육의 길입니다.”

람킨용(Lam, Khin Yong)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연구부총장은 지난 2월 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재가 자유롭게 상상하고 연구할 수 있는 운동장을 조성하는 게 필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NTU는 199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모델로 삼고 출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금은 한국 대학들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인 QS에서 세계 12위로 평가될 정도라 ‘아시아의 MIT’로 불리기도 한다.

람 부총장은 “난양공대는 11년 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함께 의대를 설립했다”며 “의학과 다양한 공학 기술의 융합으로 배출한 최고의 의료진이 바이오헬스케어 개발에도 기여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공대로서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도 강조하지만 융합을 위해 인문학적 소양도 중요하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NTU는 공대이지만 의대 과정도 운영하는데.

△2011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제휴해 리콩치안의대를 만들었다. 5년 과정을 마치면 양교가 공동으로 의학 학사와 외과 학사를 준다. 싱가포르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모범 방역국 중 하나가 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현재 한국 등 20여 개국과 자가 격리 없이 입국이 가능하도록 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바이오 허브 중 하나로 우수 의료진이 생명공학의 사업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KAIST·포스텍(포항공대) 등 한국의 과학기술특성화대는 의대 설립을 추진해 의사과학자를 키우려고 하는데.

△NTU 의대는 의사과학자보다 일단 훌륭한 임상의를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학 기술을 접목한 임상의는 나중에 바이오헬스케어를 발전시킬 기반이 된다.

-한국에서는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늘리거나 항공우주공학과 등을 신설하려고 하면 학과 간 높은 칸막이로 보통 힘든 게 아니다.

△한국 대학들의 구체적인 사정은 잘 모르겠다. 다만 NTU는 본부에서 학과 간 정원 조정을 한다.

-NTU는 지난해 QS에서 세계 12위 정도로 평가됐는데 비결은 무엇인가.

△NTU는 국제화가 잘돼 있다. 세계 각국의 우수한 연구자와 학생들을 유치한다. 교수와 학생의 국적이 100개 이상에 달한다. 해외 유수 대학과의 연구 협력도 많이 한다. 학문 간 융합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논문의 질이 높아 많이 인용된다.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해 캠퍼스에 많은 공동 연구센터를 두고 있어 대학에 생동감이 돈다. 이 과정에서 연구 수준을 높이는 선순환 효과가 발생한다. (*편집자 주=인구가 600만 명가량인 싱가포르의 4년제 대학은 싱가포르국립대 등 4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부가 대학을 집중 지원하고 글로벌 인재를 유치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NTU가 급성장하는 과정에 지정학적 이점도 작용한 것 아닌가.

△싱가포르는 동남아의 관문이자 금융 허브로서 ‘선도적 스마트 국가’를 추구한다.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아시아 본사를 싱가포르에 두고 있어 협력할 기회가 많고 학생들은 인턴 경험을 할 수 있다. 중립 외교를 펴면서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것도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는 데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NTU는 세계 최고의 교수진을 초빙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본부에서 다양하게 특채 형식으로 교원을 뽑는다. 이것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마치 자석처럼 잠재력이 뛰어난 신진 연구자를 유치한다. 가령 ‘난앙공대 조교수 자격(Nanyang Assistant Professorship)’을 얻으면 최대 100만 싱가포르달러(약 8억 8700만 원)를 받고 ‘테뉴어(65세 정년)’로 가는 트랙을 밟게 되며 여러 분야 학문의 융합 연구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2018년에는 박사후연구원(포닥)에게도 교수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교수의 능력에 따라 대우가 굉장히 다르다고 하던데.

△잘하는 교수는 파격적으로 대우해 선순환 경쟁을 유도한다.(NTU에서는 논문을 위한 논문이나 특허를 위한 특허를 쓰는 연구 풍토가 사라진 지 오래다. 노벨 화학상 심사위원장을 지낸 스웨덴 출신 베르틸 안데르손을 2007년 부총장, 2011년 총장으로 초빙해 당시 교수진의 절반을 조기 퇴진시키고 세계적 석학들을 대거 유치했다. 지금은 교수진이 당시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400명대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총재를 지낸 인도계 미국인 수브라 수레시 총장이 2018년 부임한 뒤 올해 초 4년 더 연임하며 혁신에 나서고 있다.)





-NTU는 대학의 산학 협력 롤모델로 손꼽히는데.

△NTU는 특허 관리와 산학 협력을 위한 기술이전조직(TLO)이 발달해 있다. 일자리 창출과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다. 기초연구와 기술 사업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현재 NTU와 협력하고 있는 주요 글로벌 기업을 꼽는다면.

△중국 알리바바와 인공지능(AI)연구소를, HP와 디지털연구소를 공동 설립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과 조인트랩(합작 연구소)을 계속 세우고 있다. 볼보와 손잡고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버스도 호평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의 델타전자와 싱텔 등도 들어와 있다. 기업들과의 주요 협력 분야는 AI, 빅데이터, 로봇, 스마트 교통, 맞춤형 의학, 청정에너지 등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대학에 연구센터를 두고 있다. NTU는 싱가포르 국립연구재단(NRF), 경제개발위원회 등 공공 기관과 함께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도 많이 장려하지 않나.

△창업 지원 조직인 ‘NTUitive’를 통해 학생과 교수의 창업을 독려하고 도움을 준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적극 투자하는 것은 NTU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

-공대가 주를 이루지만 인문학도 강조하는데.

△미디어커뮤니케이션·교육·사회과학·경영학 등 인문학에서도 강점이 있다. 인문학을 강조하는 것은 AI 등 소프트파워 시대에 필요한 융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NTU는 2018년부터 모든 학부생이 디지털리터러시 코스를 듣도록 했고 현재 NTU 디지털아트상(賞)도 운영하고 있다.

-해외 대학 등과도 협력을 많이 하는데.

△영국 케임브리지대, 독일 뮌헨공대 등과 공동 박사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독일 뮌헨기술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취리히),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등과도 협력한다. NTU의 르네상스 공학 프로그램의 학생들은 해외 파트너 대학에서 1년을 보내며 경험을 쌓는다.



-한국과는 어떻게 협력하고 있나.

△한국과의 오랜 인연으로 서울대와 KAIST·성균관대·이화여대·포스텍 등 여러 대학들과 학생 및 학술 교류를 위한 37건의 협약을 맺고 있다. KAIST와는 서남표 전 총장 시절에 공동 박사 학위 과정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논의를 했지만 성균관대와 공동 박사과정을 처음 시작했다. 한국 기업과도 연구 협력을 한다. 최근 스마트팩토리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NTU에 연구센터를 개설하기 위해 논의 중인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이다. 삼성·현대차·SK·LG·CJ 등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도 산학 협력을 바탕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키워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NTU는 어떤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연구 활동을 하는가.

△다각화된 융합 연구를 많이 한다. 싱가포르 국립연구재단을 비롯해 바이오기술(BT) 등을 강조하는 A*STAR(과학기술연구기관)와도 적극 협력한다. 정부와 상의해 5년마다 전략을 수립한다. 2020~2025년에는 건강, 문화, AI, 도시화와 자연생태계, 산업의 미래, 두뇌·학습 등에 주력한다(싱가포르는 정부가 5년 단위로 연구개발(R&D)의 큰 방향을 정하는데 2016~2020년에는 헬스케어·바이오메디컬, 디지털 경제, 도시 문제 해결과 지속 가능 개발을 중심으로 많은 연구 예산을 집행했다).

-사회의 지속 가능성도 중요한 연구 주제로 여기는데.

△10여 년 전부터 에너지와 물 등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교육과 캠퍼스 인프라에도 지속 가능성이 녹아들어 있다. NTU는 지속 가능성 선언문을 발표했다. 세계 대학 중 처음으로 지속 가능성 연계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대학의 미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학은 교육과 기초연구 기능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 키우기라는 사회적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NTU는 ‘평생 학습’이라는 싱가포르의 교육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 더 많은 졸업생들을 훈련과 교육에 참여시키고 있다. 전문교육센터(PAC)를 통해 전문직·관리자·임원·기술자에게 첨단 지식과 기술 교육의 장을 제공한다.

He is…

1956년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에서 기계공학 학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난양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데 현재 수석부총장(연구부총장)으로 대학의 R&D와 산학 협력을 책임지고 있다. 대학 내 다양한 산학협력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세계 유수 대학들과의 공동 연구 프로그램도 주도한다. 프랑스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았으며 러시아 로모노소프 모스크바주립대, 중국 산둥대, 남중국공대, 국립과학원 등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