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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KF-5E 추락사고' 원인 규명…연료 새는 노후 전투기가 조종사 목숨 앗았다

공군,3일 추락사고조사결과 발표

엔진도관에 머리카락보다 작은 구멍

도관 '부식'이나 '피로현상'때문인듯

연료 누설되면서 기체에 화재 발생

조종사, 민가로 추락 막으려다 순직

탈출가능 시간 있었지만 조종석 지켜

KF-5E 등 노후화 문제 심각하지만

도태 못 시킨고 2029년까지 써야

공군 전투기 연말 380대까지 감소

신형 전투기 조기 도입 등 추진 필요

지난 1월 1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의 한 야산에서 공군 관계자들이 10전투비행단 소속 KF-5E 전투기 잔해를 확인하고 있다. 공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4분께 F-5E 전투기가 이륙해 상승 중 추락했다. / 연합뉴스




지난 1월 우리 공군 조종사의 목숨을 앗아간 KF-5E 추락사고의 원인이 밝혀졌다. 엔진 내부 연료도관의 미세한 구멍이 뚫려 연료가 누설됐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군은 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KF-5E 비행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사고는 지난 1월 11일 공대지 사격 임무를 위해 수원기지를 이륙하던 KF-5E 전투기가 상승 도중 급강하해 경기도 화성시 인근 야산에 추락한 사안이다. 당시 해당 기체를 몰던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소속 심 모 소령(사고 당시 계급은 대위)는조종석에서 비상탈출할 수 있는 최소 19초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민가 등으로의 추락을 막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놓치 않다가 순직했다.

공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사고 전투기가 수원기지 이륙도중 엔진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했다. 이에 심 소령은 수원기지로 복귀하기 위해 선회했다. 그러나 항공기 기수가 갑자기 들리면서 상하로 움직이는 피치(Pitch)조종이 되지 않았다. 이어서 기수가 급격히 강하했다. 심 소령은 비상탈출을 알리는 ‘이젝션(ejection)’을 두 번 외쳤으나 정작 탈출을 시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다. 당시 정면에 민가지역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회피하기 위해 기동을 실시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심 소령의 회피 기동 노력에도 불구하고 항공기의 상하기동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옆으로 도는 횡전기동만 가능한 상태였다. 심 소령은 마지막까지 조종간을 잡고 노력했다고 공군은 전했다. 그 결과 해당 전투기는 민가를 피해 수원기자 남서쪽 약 6km 지점의 야산에 추락했다.

2022년 1월 11월 공군 KF-5E 추락사고 당시 상황. 파일럿인 심모 소령은 수원기지 이륙후 1분 30여초만에 기체 화재 발생 등의 상황을 알리고 수평꼬리날개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민가 추락을 막기 위해 분전하다가 이륙후 약 2분24초만에 경기도 화성시 일대 야산에 추락해 순직했다. 그는 비상탈출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끝까지 탈출을 하지 않는 영웅이었다. /자료제공=공군


이번 사고 원인과 관련해 공군은 “사고 항공기의 잔해를 조사한 결과, 우측 엔진의 연료도관에서 연료가 누설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누설된 연료는 항공기 이륙 중에 발화해 엔진 화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누설된 연료는 항공기 하부에 있는 수평꼬리날개를 작동시키는 케이블 부근까지 유입됐다.

공군은 해당 전투기의 상하기동을 제어하는 수평꼬리날개를 작동시키는 케이블이 사고 당시 엔진 화재로 손상됐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수평꼬리날개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고, 항공기가 조종불능상태로 진입하게 된 것이라는 게 조사의 결론이다. 즉, 사고 당시 심 대령은 기지로 돌아가려 했지만 화재 등으로 수평꼬리날개가 제대로 작동 안돼 위·아래로 고도를 조종할 수 없어 기체를 돌리는 횡전기동 등으로 가까스로 민가를 피한 뒤 야산에 추락했다는 뜻이다.



화재의 원인이 된 연료 도관 누설과 관련해 공군관계자는 “(조사결과) 항공기 우측 엔진 도관에 머리카락보다 작은 구멍이 2개 있었다”고 전했다. 도관에 이 같은 구멍이 뚫린 원인에 대해선 과학적인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해당 해당 도관이 부식됐거나 재질상 ‘피로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공군 관계자는 밝혔다.

이번 사고 전투기의 기령은 36년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도관 등은 지난 2018년 3월에 교체된 상태였다. 이후 약 500시간 가량 비행했다. 해당 전투기의 엔진 점검 주기 시간은 600시간인데 아직 해당 주기 대비 비행시간이 90여시간 가량 부족했다. 그로 인해 사고 직전까지 주기단위 엔진점검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대신 통상적인 육안점검 등이 진행돼 왔으나 문제의 도관이 엔진 안쪽에 있어서 육안으로 파악이 어려웠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대한민국 공군 F-4 및 F-5 전투기 편대비행 장면. 도입된지 수십년 지난 노후기종이어서 도태시켜야 하지만 우리 군은 빠듯한 예산 탓에 수명을 연장해가며 아직도 100여기 가량을 운용하고 있다. /사진제공=공군


해당 도관이 교체 된지 불과 약 3년 10개월만에 어떻게 부식됐거나 피로현상으로 구멍이 뚫릴 수 있었는지는 아직 미스터리다. 통상적으로 전투기는 최소한 20~30년을 사용하기 때문에 엔진 등의 주요 부속품들은 높은 내구도로 제작된다. 그런 점에 미뤄볼 때 해당 부품에 애초부터 결함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해 보인다. 이에 따라 공군은 특별점검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연료도관 누수 등의 여부를 군 기지에서 보다 압력누설검사 등 더 다양하고 정밀한 검사로 발견할 수 있도록 추진키로 했다. 현재는 군 기지에서 형광침투곰사 정도로만 도관 균열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압력누설검사 등을 진행하려면 정비창까지 전투기를 보내야 한다. 해당 전투기에 대한 창정비는 관련 메뉴얼상 3,200시간의 비행주기에 이르러서야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는 보다 정밀한 검사가 수시로 이뤄지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공군이 운용 중인 F-4 및 F-5계열 전투기는 약 100여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전투기는 30여년 이상의 노후 모델이지만 우리 공군은 예산상 제약으로 인해 적기에 도태시키지 못한 채 수명을 무리하게 연장해 사용중이다. 우리 공군이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적정 전투기 보유대수가 430대이고 현재 이를 밑도는 410여대 수준이며 연말에는 380대 가량으로 급감하기 때문에 낡은 전투기라고 해서 F-4, F-5계열을 함부로 퇴역시킬 수 없는 처지다. 이에 따라 노후 전투기를 조기에 도태시키고 신규 전투기로 전환하는 방안이 여러 모로 검토되고 있지만 정부와 군은 국산 FA-50 경공격기 등으로 대체하는 방안, 해외 전투기 구매 방안 등을 놓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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