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놓을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에 대한 조치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美 정부, 암호화폐 규제 체계 전반 재검토”
블룸버그 통신은 8일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르면 이주 내 암호화폐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행정명령은) 가상 자산이 국가 안보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체계 전반을 재검토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규제 체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각 정부 부처에 흩어져 있는 암호화폐 관련 분야들을 떼어내 별도 기구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은 러시아 정부와 올리가르히(거대 부호)들이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활용하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암호화폐 데이터 플랫폼 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대러시아 금융 제재 발표 후 지난달 28일 하루 동안 루블화로 구매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액은 약 6000만달러(약 730억원)로 종전의 2배 수준이었다.
러시아는 세계 암호화폐 시장의 ‘큰 손’이다. 연간 암호화폐 거래 규모만 50억 달러(약 6조 원)에 이르며, 특히 채굴량의 11%를 차지한다. 미국(35.4%)과 카자흐스탄(18.1%)에 이어 3위다.
유럽도 암호화폐 제재 기조
따라서 암호화폐 시장 육성이 러시아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바이든 정부가 판단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기조 역시 암호화폐 육성보다는 규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1월 암호화폐보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CBDC)가 미국의 ‘달러 중심 질서’에 부합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동맹국인 유럽도 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조치를 검토 중인 만큼, 미국이 유럽과 공동으로 암호화폐 규제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지난해 7월 2년 기한으로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에 착수할 정도로 암호화폐 대신 CBDC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암호화폐 규제로 일제히 돌아서면 가뜩이나 각국 긴축 확산에 힘을 잃은 암호화폐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일 오전 10시29분 현재 비트코인은 하루 전보다 0.08% 하락한 3만8,414.3달러로 4만달러선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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