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엔 타깃인컴펀드(TIF)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자체적으로 운용 중인 타깃데이트펀드(TDF)도 꾸준한 성과와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금 펀드로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김성훈(사진)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키움파이낸스스퀘어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은퇴자들이 늘면서 노후 자금을 알아서 굴려주고 정기적으로 인출이 가능한 TIF 출시를 준비 중”이라며 “독자적인 TDF 상품을 만들었던 것처럼 TIF도 자체 역량을 통해 개발함으로써 ‘우리 물건’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운용 자산이 53조 원에 달하는 키움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더불어 국내 대표 독립계 운용사로 꼽힌다. 막강한 판매 채널인 은행과 보험 계열사 없이도 꾸준한 성장을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연금 시장에서 독자적인 상품 개발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키움키워드림TDF’에 자체 생애 주기 자산 배분 곡선(글라이드패스)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운용사 중 외국 금융사의 글라이드패스를 차용해 TDF를 굴리는 곳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행보였다. 계열 퇴직연금 판매사 없이 지난해 순자산이 291% 성장한 원동력이었다.
‘퇴직연금 자산 적립’을 도와주는 TDF에서 자체적인 상품 개발력을 입증했던 만큼 ‘은퇴 후 연금 보존’에 초점이 맞춰진 TIF에서도 고유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김 대표는 “다른 운용사와는 차별화된 운용 전략으로 TIF를 출시하기 위해 퇴직연금 운용·상품 부서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상품에서 키움운용이 독자적인 상품 개발 능력을 갖춘 것은 김 대표의 ‘요리사론(論)’과 무방하지 않다. 그는 “운용업은 요리 사업과 같아 음식의 맛을 유지하지 못하면 식당에 손님이 오지 않는다”며 “궁극적으로 주식·채권같은 전통 자산 부문에서는 요리의 맛을 유지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최근 시장이 독립계 운용사에 우호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과거에는 판매사에서 자사 계열 운용사의 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고객이 직접 상품을 공부해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상품 경쟁력만 있다면 독립계 운용사 입장에서 더 해볼 만한 상황이 됐다는 뜻이다. 그는 “오픈 아키텍처(개방형 시스템)가 공고화되는 구간”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시장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해 중 액티브·패시브 ETF 20여 개를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선제적으로 좋은 투자군에 우상향하는 운용 성과가 예상되는 상품군을 출시한다”는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인컴·자산배분형은 물론이고 국내외 주식 특정 테마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를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3일에는 국내 첫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투자 ETF인 ‘‘히어로즈 단기채권ESG 액티브’를 선보였다.
김 대표는 “우리 입장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상품을 쭉 낼 계획”이라며 “ETF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 열쇠는 아니지만 개인 투자자을 둘러싸던 정보 비대칭성이 지난 5~10년 사이 확연히 줄여든 상황인 만큼 관련 인원·전략·상품군을 보강하는 쪽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 투자 부문에서도 사업 확장을 꾀할 방침이다. 그는 “담당 본부장들에게 ‘힘 닿는 대로 올해 안에 팀을 30개까지 늘려보자, 시장 선수들을 다 모셔오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인프라 대체 투자 부문의 칸막이도 풀었다.
한편 그는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돈을 푸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 부분이 기업 수익에 전가되는 데 시차가 있는 만큼 실적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다만 김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코스피 주식을 사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자본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믿음은 주가가 기업의 가치에 수렴한다는 것”이라며 “언젠가는 시장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인데 이를 빠르게 찾아갈 것인지, 아니면 차근차근 찾아갈 것이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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