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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 바란다]새 정부, 엉터리 공정경제와 결별해야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5년간 어질러놓은 규제 산더미

기업가정신 꽃피울 토양 사라져

친기업 전환 예고한 윤 당선인

파격 뛰어넘는 '족쇄 풀기' 기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자유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경영자가 아니라 기업가다. 기업가는 위험을 감수하고 위험의 비용을 지출하는 사람이다. 기업가는 기업가 정신이 강할수록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업가 정신은 아무 데서나 꽃필 수는 없다. 적당한 토양, 햇빛, 비, 기온, 벌과 나비가 필요한 법이다.

지금 한국 기업가의 기업가 정신은 활활 타오르는가. 전혀 아니다. 대부분은 반(反)기업 정서 때문에 주눅이 들었다. 과거 5년간(2015년 대비 2019년) 제조업 고용이 18만 명, 삼성전자와 현대차 직원 수를 합한 만큼 감소한 것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경제 성과를 자랑했다. 경제부총리가 자화자찬한 성과 중에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 같은 것도 있다. ‘공정경제 3법’을 통해 최대주주의 권한을 제한하고 대신 소수주주의 권리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은 무슨, 엉터리 악성 규제 3법이었다.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해묵은 규제라고 하자. 낡아빠진 규제를 폐지하기는커녕 한술 더 떠 감사위원 1명 이상 분리선임 의무화 규제를 덧붙였다. 이런 규제는 대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함으로써 위헌의 소지가 있는, 세계 어떤 나라도 시행하고 있지 않은 포퓰리즘 규제다.



모회사 주주가 자기가 투자하지도 않은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하게 한다는 다중대표소송제도는 기업에 대한 무지의 극치를 보여준다. 기업그룹 자산 총액을 5조 원(공시대상기업집단) 및 국내총생산(GDP)의 0.5%(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를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공정거래법을 통해 정부가 기업 활동을 밀착 감시하는 곳이 세상에 한국 외 어떤 나라가 있나.

아주 고약한 규제는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인 시행령에 슬쩍 끼워 넣는 변칙을 동원해 이뤄진다. 기업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고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자에 대해서는 자기 회사에조차도 취업을 금지하는 것이 그 예다. 대통령령으로 규제하기도 곤란한 것은 규칙이나 고시에 위임해 규제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형법 및 특정경제범죄법상 기업인에게 적용되는 귀걸이·코걸이 배임죄가 공포의 대상이었다. 지금은 ‘배임죄는 저리 가라’는 형편이다. 작업장 근로자 사망 시 현장 관리자에게 7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도 모자라 경영자, 심지어 그룹 회장까지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는 중대재해처벌법까지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행정법상 의무 위반은 대체로 범죄행위가 아닌 질서 위반이고 행정처분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질서 위반까지 형벌로 다스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9년 기준 285개 경제 법률에 2657개 처벌 항목을 두고 있고 이 중 83%가 최고경영자(CEO)를 처벌할 수 있게 돼 있다. 호주 사람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7월 ‘불법 파견’ 혐의로 기소돼 출국 금지 상태다. 외국 기업인을 모셔 와도 부족할 판에 고국을 잠시 다녀올 수도 없게 만들다니 정말 부끄럽다.

이런데도 기업가 정신이 꽃필 수 있다면 그것은 아스팔트 위에 장미꽃이 피는 것과 같다. 그간 누적돼온 규제에 더해 지난 5년 내내 어질러 놓은 규제들까지, 산처럼 쌓인 규제를 어떻게 청산해야 할지 막막한 형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 일자리 많이 만드는 기업인을 업어주겠다고 했다. 업어주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마음 놓고 사업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기업인들의 절박한 심정일 것이다.

다행히 윤 당선인은 친기업 정책으로의 전환을 예고했고 규제 전담 조직을 만드는 등 특히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수차례 역설했다. 매우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동안 취임했던 여러 대통령들도 모두 규제 완화를 외쳤지만 임기 말 실적은 언제나 미미했다. ‘규제 개혁 전담 조직’은 이미 있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그것이다. 이 조직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해 파격을 뛰어넘는 규제 완화를 이룰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돈이 많이 드는 공약들을 다 지키려 해서는 안 되지만 규제 완화 공약만큼은 확실히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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