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가가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이 6년여 만에 최저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강해졌고, 원화 환율 상승으로 인해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 2091조원 가운데 외국인 보유 주식은 666조 원으로 집계됐다. 비중으로는 31.86%다. 이는 2016년 2월 11일의 31.77% 이후 6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비중은 2020년 초까지만해도 40%에 육박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와 개인 투자 열풍 등으로 2020년 말 36.50%, 2021년 말 33.55%로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둔 1월 25일에 34.20%까지 늘었다가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 8일(31.95%)부터는 31%대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의 이탈이 거세진 시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부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월 18일부터 3월 11일까지 14거래일간 5조7532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기간 단 이틀(2월 28일·3월 3일)을 제외한 12거래일이 매도 우위였다. 지난 1월 외국인 순매도 금액이 1조4617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매도 규모가 크게 불어난 것이다.
외국인은 매도 배경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따른 서방 국가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촉발한 위험자산 회피와 원화 약세가 꼽힌다. 안전자산 선호 심화로 달러 강세에 속도가 붙으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은 2020년 5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1,230원대를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통상 원화값이 하락하면(환율 상승) 외국인은 주식을 순매도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안전통화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서 신흥국 통화지수가 크게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2월 무역수지가 흑자 전환했지만 8억4000만 달러에 불과해 직전 2개월 적자 규모(52억6000만 달러)를 감안하면 달러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다”며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 그리고 국내 확진자 수가 연일 늘어나며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점도 원화의 약세 요인”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예고도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선진국 금리 인상은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이탈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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