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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승리에 취해 오만하거나 0.73%만 반성하면 민의 저버리는 것” [청론직설]

◆이정희 전 한국정치학회장(한국외대 명예교수)

새 정부 최대 과제는 갈등 치유, ‘윤빠’ 현상 없었으면

尹당선인, 통합에 적임…‘서오남’ 비판 개각 땐 피해야

대통령 집무실 이전 서두르는 느낌…장기적 안목 필요

검경, 대선 과정 의혹들 말끔히 밝혀야 정치 발전 가능

이정희 전 한국정치학회장이 2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에서 초박빙 승부가 펼쳐진 데 대해 “패배한 측에서 0.73%만 반성하고 사과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나 승자가 지나치게 도취해 오만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0.73%포인트의 사상 최소 득표율 차이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고 했으나 투표율은 77.1%에 이르렀고 막판까지 승패를 점치기 어려운 초박빙 선거였다. 이에 대해 한국정치학회장을 지낸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2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박빙 승부는 국민이 여야 모두에 더 겸손해지라고 던진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패배한 측에서 0.73%만 반성하고 사과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나 승자가 지나치게 도취해 오만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명예교수는 “1987년 이후 네 번째로 선거에 의해 평화적으로 진보·보수 정권이 교체됐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은 국민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윤빠(윤석열 지지자)’ 현상 등의 팬덤 정치는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 통합에 상당한 의지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정치 발전을 위해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을 검찰과 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대해 “윤 당선인이 너무 조급함을 갖고 있는 듯하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대선은 누구의 승리였다고 생각하는가.

△결국 국민의 승리라고 표현할 수 있다. 누가 승리했든 국민의 심판이 이뤄진 것이 선거이기 때문이다.

-0.73%포인트 박빙 승부의 의미는.

△상당히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특히 ‘조국 사태’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컸고 여기에 야권의 후보 단일화 등이 복잡하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다. 패배한 측에서 0.73%만큼만 반성하고 사과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나 이긴 쪽에서 승리에 도취해 오만해지면 민의를 저버리는 것이다. 박빙 승부는 국민이 여야 모두에 더 겸손해지라고 던진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차기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진영 갈등을 치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근소한 차이의 승부였기 때문에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는 게 최대의 정치적 과제다. 윤 당선인이 갈등 상황을 좀 면밀하고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왜 이렇게 갈등과 대립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정권 심판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박빙의 승부로 귀결됐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자신들의 부족한 측면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윤 당선인이 어떤 정치를 해주기를 바라는가.

△이제 ‘윤빠’ 현상 같은 팬덤 정치는 사라졌으면 좋겠다. 혹시 윤빠가 있더라도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정치 문화가 뿌리내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야 진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진영 갈등 해소를 잘 해낼까.

△진영 갈등 해소에는 대통령의 실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 당선인이 그동안 보여준 태도를 보고 판단하면 뭔가 할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윤 당선인의 젊은 시절 사법 고시 준비 과정이나 검찰 근무 시절을 돌아보면 기득권을 지키려고 아등바등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포용적 리더십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욱이 윤 당선인은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총리 권한 강화와 청와대 조직 축소 방안을 말하고 있다. 청와대를 떠나겠다는 것도 그런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일이다.

이정희 전 정치학회장. /오승현 기자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결정에 대해 논란도 적지 않은데.

△사실 윤 당선인이 너무 조급함 같은 것을 가진 게 아닌가 느껴지기는 한다. 이렇게 급박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더구나 대통령 집무실은 윤석열 정부가 5년 쓰고 말 것이 아니라 최소한 몇십 년은 가야 하므로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대선 과정에서 이 후보뿐 아니라 윤 당선인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도 많았는데.

△이제 대통령이 됐으니 다 없던 걸로 하자고 끝내서는 정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정치가 후퇴한다. 윤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문제는 물론 장모 관련 문제도 철저하게 수사해서 투명하게 진상을 밝혀야지 어물쩍 덮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다시 정치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만다. 큰 정치인이라면 늘 자신과 주변의 과오에 책임지는 정치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검찰과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

△대선에 영향을 줄 것을 염려해 수사를 잠시 멈춘 것이라면 선거가 끝난 지금이야말로 검찰과 경찰이 엄정한 수사를 통해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윤 당선인 쪽과 대장동 의혹 등에 휩싸인 이 후보 쪽을 한 점 의혹도 없이 공명정대하게 수사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정말로 검찰과 경찰이 바로 서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생각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단행하고 나가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이 전 대통령은 고령에다 건강도 상당히 좋지 않고 수감 생활도 꽤 오래 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두고 마치 현 정권과 새 정권 간에 이견이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사면하지 못하면 윤 당선인이 취임 뒤에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두고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할 필요는 없다.

-5월 10일 새 정부 출범 직후에 치러지는 6·1 지방선거와 관련해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하는가.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새 정부의 국정 동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일단 대선과 새 정부 출범 직후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밴드왜건 효과(우세 후보에게 표가 더 쏠리는 현상)’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승리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은 국회의 소수 의석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탄력을 받을 것이다. 다만 민주당이 계속 0.73%만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유지할지, 환골탈태할 지 등도 주요 변수다. 새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과 내각 인선 등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일지도 지켜봐야 한다. 새 정부가 초반에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게 되면 지방선거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다.

-인수위의 인적 구성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있는데.

이정희 전 정치학회장. /오승현 기자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논란이 있지만 신속하고 원활한 일 처리를 위해 윤 당선인의 평소 소신에 따라 능력 위주의 인선이 이뤄진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내각 구성에서도 여성·소수자 등의 배려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능력 위주로만 인선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인수위를 특정 학교 출신의 50대 남성으로 구성한 것만으로 윤석열 정부의 인사 스타일을 예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문재인 정부가 초래한 집값 폭등,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고통, 노조 편향 정책으로 인한 노동 구조 경직성 등을 모두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이해 당사자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연금 개혁은 반발이 크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이 반대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했듯이 비록 욕을 먹더라도 연금 개혁을 해야 훗날 국익을 위해 일한 정부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는 듯하다. 새 정부에서 안보 문제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심화로 한국의 입지가 예전에 비해 매우 좁아졌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와 남북 관계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해법을 찾아내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큰 틀에서 국제 질서 변화를 직시하고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우리의 활로를 열어가야 한다.

-신냉전 시대를 맞아 북한·중국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

△북한과 중국을 상대로 우리가 견지해야 할 자세는 당당함이다. 더 이상 중국의 눈치를 살피거나 북한에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의 안보를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당당히 내고 제대로 대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의 국가 위상에 걸맞은 행동이고 그래야 국민의 자긍심도 살릴 수 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무리하게 뭘 해보려고 서두르기보다는 일단 현상 유지 정책으로 가면서 실효성 있는 결과를 도출해낼 필요가 있다.

-한일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대일 외교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균형점을 잘 찾아나가야 한다. 특히 위안부 문제 합의는 박근혜 정부의 결정적인 패착이다. 당사자들의 동의도 없이 10억 엔의 돈을 받아 재단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졸속 중의 졸속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고집이 지나쳤다. 강경 일변도 정책을 펴다가 나중에 한일 관계를 풀려고 했지만 결국 풀지 못했다. 윤 당선인은 두 사람을 반면교사로 삼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이정희 전 정치학회장. /오승현 기자


He is…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주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집트 카이로대 초빙교수, 일본 쓰쿠바대 교환교수 등을 지냈다. 한국정치학회장과 한국세계지역학회장, 미국정치연구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정치개혁위원장, 유엔한국협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마음의 정치’ ‘한국 의회 정치와 제도 개혁’ ‘NGO와 한국 정치’ ‘미국에서의 외국 로비(영문)’ 등의 정치 관련 저술을 펴냈다. 요즘은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를 겸하면서 경기 가평군에서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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