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공개된 올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은 신구 권력 교체기에 정부가 내놓은 일종의 ‘묘수’라고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올해 보유세 부담을 지난 2020년 수준까지 깎아주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반기를 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일종의 퇴로를 열어준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지난해 공시지가 소급 적용 카드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사항이어서 국회가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더불어민주당 역시 추가 세 부담 완화에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 조응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도 지난 1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의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이 보유세 인하를 주장하고 민주당이 여기에 반대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면 6월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부동산 책임론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문제는 이 경우 세수(稅收)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보유세 합계는 총 10조 8756억 원으로 2020년(7조 1442억 원) 대비 약 3조 7314억 원 증가했다. 올해 공시지가 인상률이 지난해와 비슷했으므로 별도의 감면 조치가 없었다고 가정하면 지난해보다 4조 원가량 더 늘어난 15조 원의 세수가 올해 들어왔을 것이라고 추산할 수 있다. 이를 2020년 수준으로 다시 낮출 경우 액면상 세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 물론 재산세는 애초에 지방세이고 종부세 역시 다시 지방으로 재교부해줘야 하는 돈이기 때문에 나라 살림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국세의 20.79% 자동 교부) 다이어트로 각종 공약 재원 등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인 상태에서 재산세 수입이 줄어들면 결과적으로 재정 개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지방교부금 문제를 수술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지만 번번이 교육계와 지방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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