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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뛰어든 백화점…이유있는 '딴 우물' 파기

◆유통가 주총 시즌 개막

롯데쇼핑 '주류업' 사업목적 추가

신세계, 아트 비즈니스 사업 시동

변화 대응 '새 먹거리' 찾기 몸부림

법개정에 여성 사외이사 잇따라

한우물 파면 오래 못가…딴우물도 파는 유통업계


백화점은 미술품을 경매하고, 제과 회사는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한다. 또 식품 회사는 캐릭터를 만든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장 환경과 소비 패턴에 대응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으려는 유통 업계의 몸부림이다. ‘한 우물 파기’가 더 이상은 성공과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시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도모하기 위한 업계의 필사적인 ‘딴 우물 파기’가 올해 유통가의 주주총회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23일 롯데쇼핑을 시작으로 24일 신세계, 25일 SPC, 28일 현대백화점 등 주요 기업의 주총에는 새로운 사업 목적 추가가 대거 안건으로 오른다.





주류업 롯데쇼핑, 미술 경매 신세계


롯데마트가 잠실점을 리뉴얼해 선보인 제타플렉스의 와인 전문 매장 ‘보틀벙커’ 매장 전경(왼쪽)과 시음 공간인 테이스팅 탭/보틀벙커 인스타그램


롯데쇼핑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롯데리테일아카데미 대회의장에서 52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어 주류소매업과 일반음식점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새로 추가된 사업들은 롯데마트가 추진하는 ‘보틀벙커’의 확장을 고려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보틀벙커는 롯데마트가 잠실점을 ‘제타플렉스’로 리뉴얼하면서 선보인 와인 전문 매장으로 5000여 종의 와인을 구비하고 있다. 특히 매장 한쪽에는 상품 구매 전 유료로 50㎖씩 시음해 볼 수 있는 ‘테이스팅 탭’과 안주를 판매하는 ‘부라타랩’도 자리하고 있는데,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사업 목적을 추가했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매장 단독 월 매출 신장률이 400%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롯데쇼핑은 전국으로 매장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자사 모바일 앱에 디지털 아트 갤러리를 오픈하고 서울옥션과 함께 업계 최초로 모바일 미술품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신세계백화점




신세계는 지난해 국내 대표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의 지분 4.82%를 확보한 데 이어 오는 24일 주총에 인터넷 경매 및 상품중개업의 사업 추가 안건을 상정하고 미술품을 중심으로 한 아트 비즈니스 사업에 시동을 건다. 국내 미술 시장은 구매력 큰 2030 세대의 신규 진입과 아트 테크 열풍으로 거래 총액이 1조 원에 육박할 만큼 덩치를 키웠다. 이에 신세계는 이미 일부 백화점 점포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한편 서울옥션과 백화점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미술품 전시와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앱 내에서 미술 외에도 전자책 대여, 음악 감상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며 “앱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강화와 이를 위한 콘텐츠 확대 의지를 표명하는 차원에서 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강 이슈·펫족 증가에 관련 사업 추가도




이 밖에도 최근 소비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구상이 잇따라 기업의 차기 먹거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SPC삼립은 건강기능식품 제조·수출입과 펫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사료 제조·판매·유통 및 수출입업을, BGF리테일은 건강보조식품 소매업과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 캐릭터 ‘제이릴라’로 인기를 끈 신세계푸드는 콘텐츠 제작 유통·판매업과 캐릭터 상품 제조 판매업을, 단체 급식 사업을 주로 펼쳐 온 CJ프레시웨이는 정기 구독 방식을 활용한 식품 계약 배달을 위해 계약 배달 판매업을 추가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19를 거치며 지속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고민이 커졌다"며 “당장의 실행보다는 미래 전략에 대한 의지와 가능성을 열어 놓는 차원에서 사업 목적 추가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성별로만X’ 법개정에 여성 사외이사 잇달아


한편 올해 유통가 주총에서는 여성 사외이사가 잇따라 탄생한다. 오는 8월 시행되는 새 자본시장법이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이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유통 업계도 발 빠르게 이사진 재구성에 나선 것이다. 롯데쇼핑이 마케팅 전문가인 심수옥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가운데 신세계는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대백화점은 권영옥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CJ는 한애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BGF리테일은 최자원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부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대부분 법률·디지털 경영 관련 전문가로 유통업계의 사업 확장과 온라인 전략에 대한 고민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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